"일단 움직여라.실수는 나중에 고쳐라" CNN머니가 지난해말 "2002 올해의 기업"으로 선정한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회장(38)이 늘 강조하는 행동 철학이다. CNN머니는 "지난해 초 아마존닷컴의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1백%이상의 수익을 얻었을 것"이라며 "창업자인 베조스 회장은 이제 "인터넷의 무서운 아이들(Wonder child)"이란 이미지를 벗어나 어엿한 기업인으로 자리매김 했다"고 평가했다. 인터넷이 신기하게만 여겨지던 지난 94년 신념만큼이나 재빠르게 승부수를 던진 베조스는 한때 자신의 행동철학을 후회했을 수도 있다. 수익성 때문이다. 타임지에 의해 9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으나,이익을 내지 못하는 빈 껍데기 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이익을 내기 시작한 재작년 4분기로부터 만 1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았으니 그로서는 CNN의 평가가 "격세지감"으로 느껴질 만하다. 영국과 독일 등 세계 10여국에 배송센터를 두고 4백70만종의 상품을 취급하는 아마존의 출발은 사실 기사 한줄에서 비롯됐다. 뉴욕 월가의 헤지펀드 회사인 "D.E.Shaw"에서 부사장으로 있던 베조스는 어느날 전자상거래 시장이 2005년까지 연평균 2백~3백% 성장한다는 내용을 발견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느낀 그는 결국 월가를 뒤로하고 아내와 함께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차고에서 프로그래머 4명과 서버 3대로 쇼핑몰을 열었다. 아마존닷컴은 조그만 차고에서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가 인터넷 쇼핑몰의 첫 상품으로 "책"을 선택한데서 그의 냉철한 분석력과 e비즈니스에 대한 혜안을 엿볼 수 있다. 다른 아이템과 달리 3백만종의 카테고리를 갖고 있는 책은 컴퓨터의 도움 없이는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없고 한번에 물리적으로 진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터넷의 능력이 가장 극명하게 부각될 수 있는 품목인 것이다. 사실 아마존의 성공은 베조스라는 인물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월가 투자전문가 출신이었기에 잠깐 반짝이다 없어진 여타 IT기업들과는 다른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분석가 특유의 날카로운 판단력으로 온라인 사업의 성공요인을 꿰뚫어 보았으며,재무적인 면에서의 투자유치나 사업추진에서도 능숙했다. 이런 점에서 베조스는 자본과 경영,기술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경영인으로 불린다. 출범 3년만에 온라인 서적시장을 제패한 베조스는 구조조정을 통해 7년만에 덩치 큰 공룡으로 불리던 아마존을 "알토란"같은 기업으로 바꿔놓았다. 이제 월가에서도 아마존의 장래를 의심하는 투자가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CD와 비디오,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비롯 온라인 약품 사이트인 드럭스토어까지 인수한 아마존은 최근에는 의류.액세서리 매장까지 갖추는 등 명실공히 온라인종합 쇼핑몰로 변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내 오프라인 최대 서점체인인 "반스 앤 노블스"에 이어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까지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 약력 ] 1964년 출생 86년 프린스턴대 전자.컴퓨터공학과 졸업 86년~88년 하이테크 벤처 FITEL 근무 90년~94년 헤지펀드회사 D.E.Shaw 부사장 94년 7월 아마존닷컴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