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인사원칙 '다면평가제'] 기업 90년대초 도입...아직은 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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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새정부 인사의 기본 원칙으로 제시한 "다면평가(multirater assessment)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가 중앙행정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전남도 광주시 대전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확대 실시를 선언하고 나섰다.
공기업들도 이번 기회에 공정한 인사관리 방법의 하나로 다면평가제에 주목하고 있다.
확산세가 커지면 예전에 도입했다가 접은 민간 기업들까지 다시 실시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런 추세를 보면서 다면평가제의 부작용이 만만찮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떤 제도인가
상사 한 사람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여러 사람이 평가자로 참여해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는 제도다.
상사평가,부하평가,동료평가,고객평가를 더해 한 사람을 종합 평가하는 개념이다.
"3백60도 평가"로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면평가제는 기본적으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시스템이다.
상사 한명이 평가하는 경우는 아무래도 주관적 평가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성과의 원인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좋은 성과가 있을 경우 상사는 자신의 공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
평가자의 객관적인 능력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오류도 적지 않다.
다수가 평가에 참여하면 이런 오류나 왜곡 현상을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다면평가제가 기초하고 있는 믿음이다.
언제 도입됐나
지난 8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이 제도는 90년대초 삼성 LG 등 대기업 그룹을 중심으로 도입됐다.
기업의 경우는 그러나 아직까지 핵심 제도로 뿌리 내리지는 못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참고용"으로만 쓰고 있다.
LG의 경우 90년대 초반 도입했지만 대상을 팀장 이상 간부에 제한하고 있고 인사고과에는 반영하지 않고 있다.
삼성의 경우도 임원 승진시에만 비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승진이나 상여 책정을 위한 평가라기 보다는 업무향상을 위한 피드백(feedback)제도로 활용되고 있다.
공직사회에 도입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앙인사위가 상사 동료 하급자 민원인 등의 3백60도 평가를 통해 공무원 인사평정을 하기로 하고 도입한 것은 지난 99년말이다.
중앙인사위가 지난해 8월 47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다면평가제 실시 실태를 조사한 데 따르면 85%인 40곳이 다면평가를 승진,보직관리,성과상여금지급,포상 등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인사위는 인수위의 방침이 확인된 이후 다면평가제 확대 방침을 세우고 개선.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지자체에도 확산되고 있다.
전남도를 예로 들면 지난해 도입해 6급에서 5급 심사 승진에만 적용했지만 올해부터 4급에서 7급까지로 확대키로 했다.
부작용은 없나
기업들이 이 제도를 많이 활용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평가의 일반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타당성 신뢰도 수용성(acceptability) 등 가운데 신뢰도는 높아지지만 타당성과 수용성은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평가자들은 피평가자와 서로 다양한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에 이 평가자들이 각각 초점을 맞추어야 할 평가요소와 평가내용,그리고 평가결과 활용 방식도 이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박재현 휴먼리소스컨설팅그룹 대표).
또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소신이 있되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경우는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적다.
왓슨와이어트 아태지역 대표인 이추리 박사는 "남의 비판에 귀를 여는 토론문화가 형성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도입하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DBM코리아 관계자는 "초기엔 사기저하와 반발 초래라는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성원들의 사기를 제고하고 실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다면평가는) 인수위 인원 선발과정에서 축적된 자료기준이 없어 객관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방법을 찾은 것이고,정부 시스템이 빈약하고 정치적 편향성에 오염돼 있어 국민 제안을 받는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새정부 방침이라고 해서 유행처럼 다면평가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