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계 인사의 특징은 40대 임원들을 중심으로 한 과감한 세대교체와 오너 일가의 친정체제 구축으로 요약된다. 세대교체는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여건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전진배치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총수들의 친정체제 강화는 재계 전반의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고 예비 최고경영자들의 '경영수업'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전문경영인들의 입지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그룹들은 간판급 전문경영인들을 유임시키거나 승진시켰다. 미국.이라크 전쟁, 경기 침체 등에 대응해 경영 안정성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세대교체 본격화 =삼성은 사장단 인사에서 50대 후반의 고참 사장을 퇴진시키고 50대 초반을 대거 사장으로 등용한데 이어 임원진 임사에서도 젊고 참신한 인물들을 기용했다. 부사장 승진자 25명중 40대가 10명에 달하고 임원 승진자의 평균연령은 지난해 46.3세에서 45.9세로 낮아졌다. 삼성은 30대 임원도 6명이나 배출했다. LG도 신규 임원의 평균 연령이 44세로 이중 30대 임원도 3명 배출됐으며 40대 부사장도 12명이나 나왔다. 60명의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한 SK도 신규임원 평균 연령을 지난해 46세에서 44세로 낮췄다. 연공서열에 따른 기존의 인사관행을 배격하고 경영성과와 능력을 중심으로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했다는 설명이다. 총 1백20명의 임원이 승진한 현대.기아자동차는 55세 이상 임원이 5명에 불과했으며 초임 임원은 대부분 40대로 충원했다. 한화도 그룹 운영위를 만들어 원로들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임원급 승진자 78명중 57명을 부장에서 상무보로 갓 승진한 임원들로 채웠다. 친정체제 포석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상무보를 상무로 승진시켜 경영핵심을 향해 한걸음 더 전진시켰다. 또 이 회장 둘째딸 서현씨의 남편 김재열 제일기획 상무보는 서현씨가 근무하는 제일모직으로 자리를 이동시켰다. 현대차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아들 정의선 전무, 조카 정일선 전무, 둘째 사위 정태영 전무, 셋째 사위 신성재 전무를 모두 승진시켰다. 자동차 철강 금융 등의 업종에 골고루 포진시켜 계열사간 시너지 극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LG는 구태회 창업고문의 장남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고 허씨 가문의 수장 격인 허창수 회장이 이끄는 LG건설의 허명수 상무를 부사장으로 올렸다. 다만 그룹 회장 취임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최태원 SK(주)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아무런 변동이 없었다. 최신원 SKC 회장,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 최창원 SK글로벌 부사장 등의 오너 일가도 이번 승진인사에서 비껴 갔다. 전문경영인은 계속 육성 =간판급 최고경영자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키거나 승진했다. 삼성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사장)을 유임시켜 정권 교체 등 외부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 그룹도 유인균 INI스틸 회장,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 이계안 현대캐피탈 회장 등 3명의 최고 전문경영인들을 그대로 유임시켰다. 현대차 김동진 사장도 그대로 자리를 지켰고 기획총괄본부장인 정순원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LG는 박운서 데이콤 부회장을 회장으로, 김쌍수 LG전자 DA사업부 사장을 부회장으로, 이희국 전자기술원장(부사장).우남균 DDM사업부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SK 역시 손길승 회장 체제를 지속하면서 현직 대표이사들을 모두 유임시켰다. 지난해 10월 '제주 선언'을 통해 글로벌 미래경영목표인 '투비(To be) 모델'을 수립한 CEO가 책임지고 이를 달성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SK측은 설명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