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이낙연 대변인은 21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 기자실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2백50∼3백명 가량의 민주당 인사들이 공기업으로 진출하게 된다는 이날 아침 보도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에서 그만한 인력이 공기업으로 나갈 수 없는 일이며,이같은 방안에 노 당선자가 동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대변인은 20일 밤에도 비슷한 취지로 해명을 한 터였다. 그러나 21일 기자들의 확인요청이 계속되자 재차 해명에 나선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정대철 민주당 최고위원이 20일 일부 기자들을 만나 공기업 인사문제를 발언한데서 비롯된다. 정 최고위원은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내 인사를 2백50∼3백명 선발해 공기업,정부산하기관에 진출시키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 당선자도 당내 인사를 공기업 등지로 내려보내는 방식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공기업 '낙하산 인사' 시비는 역대 정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발상이었다. 마치 대선에서 이긴 정당이 '점령군'을 내려보내겠다는 식이다. 어떻든 정 최고위원은 5선(選)의 중진의원으로 민주당에서 비중 있는 인사여서 그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는 노 당선자의 대미특사로서 조만간 미국과 일본을 방문,노 당선자의 주요 정책을 전하고 북한핵문제 등을 협의할 의무를 부여받을 정도의 실세로 꼽히고 있다. 그런 그가 즉각 시비를 불러일으킬 만한 사안을 미묘한 시점에 발설한 의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민주당 일각에선 당직자들의 희망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총대'를 멨다고 보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 개혁세력들은 "발상도 문제지만 긁어 부스럼 만든 꼴"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정 위원의 발언은 결국 "공기업이 무슨 전리품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끼리끼리 나눠먹기가 결국 노무현식 인사개혁의 요체가 돼서는 안된다"는 야당의 논평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