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간 총보험료 규모는 약 70조원으로 세계 7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 밖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보험시장이 발달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주변을 돌아보면 불의의 사건.사고로 가족이 불행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 충격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경제적 충격의 경우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례를 적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장치로서, 보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보험가입을 등한시했거나 또는 여러 보험에 들었더라도 보험설계를 잘못했을 수 있다. 2003년 새해를 맞이해 연초에 한번쯤 자신의 보험 목록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유고시 가족들을 지켜줄 보험은 가입해 있는지, 노후를 대비한 준비는 해나가고 있는지, 상해나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덜어줄 장치는 마련돼 있는지 등등. 최근엔 위험보장에다 투자개념을 곁들인 보험, 치명적 질병을 중점 보장하는 보험 등 신개념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으므로 이들 상품에도 눈을 돌려봄직하다. 종신보험 인기 올해도 지속될 듯 =가정경제의 가장 큰 위험은 경제적으로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은 시기에 가장이 일찍 사망하는 것이다. 종신보험은 이런 위험을 커버해 준다. 종신보험은 사망보험으로 본인 사망시 고액의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유족들이 생활안정을 도모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같은 인식의 확산에다 생명보험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종신보험은 2000년 이후 생보사들의 주력상품이 됐다. 생보협회 통계에 따르면 작년 10월말 현재 종신보험 가입건수는 총 5백23만건을 기록했다. 이는 2001 회계연도말(3월말)의 4백11만건에 비해 1백12만건 늘어난 것이다. 종신보험에 매달 새로 가입하는 건수가 약 25만건인 점을 감안할 때 2002 회계연도가 끝나는 오는 3월말에는 종신보험 가입건수가 6백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상당수 생보사들도 올해의 히트예감 상품으로 여전히 종신보험을 꼽았다. 본지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응한 17개 생보사 가운데 13개사(1개사는 변액종신보험)가 종신보험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특히 30세 미만 계층의 종신보험 가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대한생명의 분석 결과 이들 계층의 종신보험 가입비중은 1~2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30%에 육박한다. 젊은층들도 미래 준비 차원에서 종신보험에 눈떴다는 얘기다. 새로운 경험생명표를 적용, 보험료를 종전에 비해 10~15%가량 내린 신상품이 나오고 있으므로 이들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질병.건강관련 신개념 상품에도 관심을 =앞서 거론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은 이례적으로 올해 CI보험(Critical Illness)이 빅히트를 칠 것으로 전망했다. 치명적 질병을 중점 보장하는 이 상품은 삼성생명이 '리빙케어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작년 6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작년말까지 13만2천여건 팔려 1백35억원의 월납초회보험료를 거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CI보험이 예상외의 인기를 끌자 대한 금호 흥국 SK 신한 럭키생명 등도 CI보험을 내놓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국내외 재보험사 등과 제휴를 맺고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생명 등 일부 회사는 상반기중 CI보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게다가 4월부터는 치매 중풍 뇌졸중 등으로 거동이 불편해 간병을 필요로 할 때 간병인을 쓸 수 있는 자금을 지급하는 장기간병 전문보험이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을 중심으로 판매된다. 생보사들은 그동안 연금보험이나 보장성보험의 특약 형태를 활용, 간병자금을 보장해 왔으나 노령화 사회 급진전으로 장기간병 수요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장기간병자금 보장을 주계약으로 하는 상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자산운용에 도움되는 변액보험도 있어 =변액보험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로 보험사가 펀드를 조성하고, 그 펀드의 운용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투자이익을 배분함으로써 보험금과 해약환급금이 달라지는 보험상품이다. 현재 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변액보험상품은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이 있다. 대한 삼성 교보 푸르덴셜 메트라이프 등의 생보사가 변액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변액보험은 주로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의 가치가 장기적으로 오를 것을 겨냥해 자산운용을 하기 때문에 자산을 장기적으로 굴리는데 유리하다. 그러나 투자 이익과 손실에 대한 책임을 계약자가 부담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입에 앞서 보험사 경영상태, 자산운용능력,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동향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변액보험은 일정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은행 예금 이상의 수익과 위험보장을 동시에 받고자 하는 금융 소비자에게 유용한 투자수단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