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매년 11월 열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항상 똑같은 질문이 제기됐다. '언제부터 배당할 것인가'가 그것이다. MS의 현금보유는 무려 4백억달러에 이르지만 빌 게이츠 회장과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의 대답은 항상 똑 같았다. "이사회가 배당금 지급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할 때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6일 MS 이사회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 MS는 "오는 27일 2 대 1의 비율로 주식분할을 실시하고 3월7일에는 주당 8센트씩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배당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간 배당금 지급을 망설여 왔던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S의 이같은 발표는 놀라운 것이었다. 게이츠 회장과 발머 CEO는 평소 "배당금을 지급할 경우 회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과민반응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MS가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연구개발과 기업인수에 쏟아 부을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법정분쟁도 MS가 현금보유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다. MS 주가의 상승률은 항상 여타 경쟁사들보다 높았다. 비록 배당금은 지급하지 않지만 MS 주식은 그만큼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MS로서는 배당금 지급을 서두를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MS는 갑작스럽게 기존의 방침을 바꿨을까. 첫번째 이유는 계속된 은행 이자율 하락으로 현금보유로 인한 수익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현금 보유는 MS의 자본수익률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충고해왔다. 두번째는 각종 법정분쟁들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3년간 지속됐던 미 법무부와 MS의 반독점 소송은 지난해 11월 타결됐다. 또 캘리포니아주의 소비자들이 낸 반독점 소송에서도 합의가 도출됐다. 따라서 MS는 더 이상 소송 결과에 대비,막대한 현금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물론 아직 몇 건의 소송이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건 큰 규모의 지출은 없을 것으로 MS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MS의 배당금 지급문제를 논하는 데 있어 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가지는 의미를 잘 이해하는 것이다. 게이츠 회장이 그간 배당금 지급을 망설인데는 "MS는 아직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성장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따라서 그는 벌어들인 돈을 끊임 없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했다. 그 결과 MS는 이제 5만여명의 직원과 연 매출 2백80억달러 규모의 큰 회사로 성장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MS의 배당금 지급을 "MS가 '성장'의 단계에서 '성숙'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투자자들에게는 이것이 MS의 배당금 액수보다 더 중요하다.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주식에 투자를 꺼려왔던 각종 펀드들도 앞으로는 MS의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MS주식에도 '배당금 지급→주가상승'이라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이 글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월17일자)에 실린 제이 그린의 'Microsoft's Dividend:A Sign of Maturity'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