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CBO펀드 횡포 '심각' .. '공모가 낮추기'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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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투자증권 IPO(기업공개)담당 직원들은 지난13일 팬텀의 수요예측 결과를 놓고 깜짝 놀랐다.
LG투자증권은 팬텀의 기업가치를 분석한 결과 주당 1만∼1만4천원(액면가 5천원)이 적정하다고 기관투자가들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들은 평균 7천7백12원을 공모가로 적어냈다.
LG투자증권은 공모가가 지나치게 싸다고 토로하는 팬텀을 고려,수요예측가격보다 12.8% 높인 8천7백원을 공모가로 확정했다.
22∼23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 아이콜스도 공모가가 주간사증권사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범위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미 공모를 마친 태경화학 한국오발 한국교육미디어 헤드라인정보통신 등도 공모가가 회사측의 기대치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공모가에 불만을 품은 한전은 자회사인 한전기공의 공모를 백지화시켜 버렸다.
한전기공의 공모철회를 계기로 기관들의 '공모가 후려치기'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모가 할인이 너무 심해 우량기업의 증시상장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모가 왜 낮아지나=악화된 시장상황이 만들어낸 현실이다.
이라크전쟁 북핵위기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코스닥지수가 사상 최저치 근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등록후 주가하락을 염려해 가급적 공모가를 낮추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도 적지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주식형펀드가 아닌 하이일드펀드 및 CBO(후순위채)펀드가 공모주 배정에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하이일드펀드 CBO펀드의 운용자는 주식전문이 아닌 채권전문 매니저다.
이들은 주식가치를 세세히 분석하고 수요예측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상황에만 의존해 공모가를 적어내고 있다고 각 증권사 IPO담당자들은 전하고 있다.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는 전체 공모주의 55%를 받아간다.
◆수요예측 과정도 개선해야=현재 증권사들은 기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후 공모가를 확정한다.
하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상하 10% 가격을 적어낸 펀드는 배정에서 제외된다.
높은 가격을 적어낸 기관에 우선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만 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기관들은 주간사증권사의 공모가 희망범위에서 일정정도 할인해 수요예측에 참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배정우선순위를 가격기준으로 두면 해결될 수 있다.
높은 가격을 써낸 기관부터 순차적으로 배정하고 맨 마지막 기관의 수요예측가격을 공모가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영채 대우증권 주식인수부장은 "이 경우 가격변동 위험은 투자자들이 지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시장조성 의무가 없어지거나 대폭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