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연일 떨어지고 있다. 거래 자체도 크게 줄어들어 객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썰렁하기만 하다.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임박이라는 하락장세의 배경은 22일에도 되풀이됐다. 그러나 외부변수만이 시장을 짓누르는 것은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숨어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업의 올해 실적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문제로 소비도 좀처럼 늘어날 것 같지 않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올 1분기 국내기업의 실적 전망은 어둡게 나오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한국전력 등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업의 올 1분기 실적을 추정한 결과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7.1%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침체장의 이면에는 이같은 기업의 실적 악화가 숨어있는 것이다. ◆떨어질 기업순익 삼성 LG 등 14개 증권사의 올 1분기 실적전망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1조7천억원의 순이익과 1조9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와 7.5% 떨어진 수준이다. 현대자동차는 순이익이 30.4% 떨어진 4천3백억원,영업이익은 3천5백억원으로 39.9%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전력도 순이익이 7.9% 하락하고 국민은행은 37.7%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 7천6백억원,순이익 4천6백억원으로 4.4%와 0.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포스코는 순이익과 영업이익이 89.2%와 91.6%나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KT는 순이익이 19.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환율이 가장 큰 변수 기업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변수로는 환율상승세라고 증권업계는 분석했다. 수출관련주들이 최근들어 하락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4%나 늘어나지만 이익은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환율과 큰 관련이 없거나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통신주와 포스코의 실적은 좋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환율이 1분기 기업실적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적모멘텀 사라지나 전문가들은 당분간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운이 사라진다면 유가는 안정될 수 있지만 다른 대외변수가 우호적으로 변할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미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달러화 약세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경기가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증권 정태욱 상무는 "미국경기의 침체국면이 지속된다면 지수는 당초 예상치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과장은 "미국과 이라크간의 갈등이 해소된 뒤 추가 상승세는 결국 기업실적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