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2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당사를 잇따라 방문했다. 고건 총리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준시 양당의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서였다. 대통령 당선자가 총리 인준문제로 여야 당사를 찾은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한나라당 방문=노 당선자는 이날 오전 10시30분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서청원 대표와 김영일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과 정치현안을 놓고 25분간 대화를 나눴다. 노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검찰총장 국정원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빅4'인선 방침과 관련, "(한나라당의) 불신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대화로 풀어나갈 것"이라며 야당의사를 반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검찰총장은 임기가 있기 때문에 2년은 채워야한다"고 전제한 뒤 "검찰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업무를 충분히 파악할때까지 그냥 두고,나중에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그러나 "연임은 없다"고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또 서 대표가 '노 당선자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거론하는 등 상생의 정치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자 "중대선거구제가 지역구도를 해소할수 있는 한 방안이라는 취지의 원론적인 발언"이라며 "나는 그럴 의지도 없고 하려고 해도 할수 없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고건 총리 지명자는 무색무취한 분이고,완전한 노무현 컬러의 인사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라며 "저도 색깔이 선명하기 때문에 정부와 대화가 잘 안되는데 총리까지 그러면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노 당선자는 "양당의 공약에는 합치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이 부분부터 먼저 개혁할 것"이라면서 "이같은 노력을 통해 여소야대 국회가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선공약중 유사한 것은 여야 공동으로 실천에 옮기겠다는 얘기다. 서 대표는 회동 뒤 "노 당선자가 얘기한대로 상생과 대화의 정치가 될 것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 방문=노 당선자는 민주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제를 제대로 실시하는 미국의 대통령은 일반 의원들과 자주 통화하고 만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정책 토론과 비판은 있어도 감정적 대결을 할 수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향후 국회운영과 관련,"민주당 표는 거저먹는 줄 알았는데 경우에 따라 아닐 수도 있겠더라"며 "청와대 정무수석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향후 인사청문회에서의 표단결을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김형배·이재창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