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스멘'의 원작은 만화다. 1963년 미국의 만화출판사 마블 코믹스의 편집자이자 스토리작가이던 스탠 리가 만든 SF물로 내용은 간단하다. '생명공학 발달에 따른 유전자 변이로 갖가지 초능력을 지닌 돌연변이(엑스멘)들이 태어난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이들을 경계한 나머지 신원을 등록시켜 통제하는 법안을 만들고자 한다. 유태인대학살 때 부모를 잃은 매그니토는 이에 분노, 인간을 파멸시키려 하지만 사비에 박사가 이끄는 선한 엑스멘들이 막는다.' 미국의 60년대초는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X를 중심으로 흑인과 소수민족의 권익 옹호에 대한 소리가 높던 사회적 격동기였다. 스탠 리는 이런 분위기를 판타지와 리얼리즘 영웅주의 속에 버무려냈던 셈이다. 사회적 이슈를 돌연변이들의 활약과 선악 갈등이라는 소재에 담아낸 이 작품은 TV만화로 제작된 데 이어 2000년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 의해 초대형 판타지액션물로 탄생돼 대박을 터뜨렸고 지난해엔 컴퓨터게임으로 등장했다. 60년대 만화가 지금도 인기를 끄는 건 동질성과 이질성이라는 영원불변의 주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등장인물이 각기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일시하고 싶은 주인공을 선택하게 하는 게 인기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실제 사비에 박사는 놀라운 염력과 텔레파시 능력,매그니토는 총이나 쇠창살에 끄떡 없는 금속과 전자기 지배력을 지녔다. 울버린은 손등에서 긴 쇠톱이 나오고, 로그는 닿기만 하면 상대의 기(氣)를 모두 빨아들인다. 사이클롭은 눈에서 강력한 레이저광선을 분출하고, 스틱은 외모를 자유자재로 바꾼다. 뉴욕 국제무역법원이 이들 캐릭터가 인간이 아니라고 판결했다는 소식이다. 완구회사 토이비즈가 관세를 낮추기 위해 이들 캐릭터장난감이 인형(12%)이 아니라 완구(6.8%)라는 소송을 낸 데 따른 결과라고 한다. 관세는 낮아진다지만 생명공학 연구가 한창인 만큼 언젠가 생겨날지도 모르는 돌연변이 인간에 대한 섣부른 판단 내지 편견은 아닌가 싶어 착잡한 건 지나친 기우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