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선박 수주 실적 1위' 자리를 놓고 박빙의승부를 벌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의 지난해 수주실적은 3.4분기까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9% 감소하면서 부진했지만 4.4분기에 무려 322.1% 늘어난데 힘입어 연간 759만CGT(보정톤수)로 전년 대비 18.5% 증가했다. 12월 한달간 218만1천CGT를 수주, 작년 전체 수주량의 30% 가까이를 차지했다. 세계 조선 시황 악화와 이에 따른 발주량 감소로 지난해 수주량이 전년에 비해감소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을 뒤업고 이처럼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작년 11월말 발생한 스페인 유조선 침몰 사건 이후 발주 증가와 선가 상승 효과 등이 본격적으로가시화됐기 때문. 국내 조선업계가 연말 `소나기 수주'로 뒤늦게 호조를 나타낸 데 반해 일본의경우 4분기 수주실적이 한국에 비해 저조, 한국이 3분기까지만 해도 상당히 벌어졌던 일본과의 격차를 상당부분 만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조선업체가 지난해선박 수주실적에서 일본을 눌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분석기관별로 지난해 수주실적에 대해 각기 다른 수치를 내놓고 있는데다 일본은 수주단위로 GT를 쓰는 반면 한국은 GT에 선박 크기나 선종 등에 따라 다른 계수를 적용해 환산한 CGT를 사용하고 있어 평면비교가 쉽지 않은 만큼 아직까지는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선박 수출조합이 내놓은 지난해 수주실적은 287척, 1척210만GT로,한국의 공식 수주실적인 759만CGT(230척)를 GT로 환산할 경우 이보다 다소 앞서는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CGT단위만을 쓰는 조선.해운 시황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은 지난해 수주실적이 일본은 780만CGT, 한국은 690만CGT로 일본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분석하고 있는데 클락슨 자료의 경우 한국의 수주실적만 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공식집계한 수치보다 90만CGT정도 낮게 잡고 있어 신빙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양국 조선업계간 우열을 좀 더 정확히 가리기 위해서는 수주실적을 GT 와 CGT로 각각 집계하는 분석기관인 로이드의 공식 통계가 나올때까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하반기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아직은 1위 탈환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다만 한국이 일본보다 수주잔량이 훨씬 많아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이 앞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 99년과 2000년 2년 연속으로 처음 일본을 제치고 선박수주량 1위를 차지했으나 2001년 다시 일본에 밀렸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