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요리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게 스시다. 일본 음식 문화의 대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 그 역사는 2백년도 되지 않는다. 밥 위에 소금으로 절인 생선을 올리고 커다란 돌덩이로 눌러 놓았다가 발효시킨 후 먹던 것이 스시의 원형.새콤하게 씹히는 밥알과 생선의 조화가 섬사람들의 혼을 빼 놓고 말았다. 식초를 제조하는 기술이 보급되면서 발효시간이 단축되었고,틀을 만들어 밥과 생선을 재우는 방식도 오사카를 중심으로 발달되었다. 요즈음처럼 손으로 밥알을 쥐어 뭉친 후 생선 따위를 올리는 초밥을 "니기리즈시(주먹 초밥)"라고 하는데 재료와 모양이 다양한 만큼 즐길 수 있는 폭이 넓지만 값이 비싼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종주국 일본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대중화시키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바로 "구르구르(회전)스시"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종류의 스시를 먹을 수 있고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장점 덕에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설 수 있는 회전 초밥집이 우리곁에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스시노미찌(서울 목동 현대백화점 옆 현대타워 1층,02-2647-0011)=문을 열고 들어선 스시노미찌의 첫인상은 고급스럽다. 첫눈에 들어오는 회전대는 이중으로 구성되어 초밥의 배치가 넉넉하면서도 조화롭다. 초밥의 "ABC"라 할 수 있는 다마고 야끼가 노릇노릇 시선을 잡아끈다. 새조개 초밥은 살이 올라 촉촉하게 씹히고 게살 초밥은 풍만한 단맛을 제공한다. 길쭉한 연어 살 위로 특제 소스와 채 썬 양파를 함께 올려 내 놓는 연어 초밥은 오묘한 조화에 이끌려 자꾸만 손이 간다. "아지"라 불리우는 전갱이는 맛내기가 까다로운 생선이다. 한 알을 집어넣으면 순간적으로 신맛이 퍼지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단맛으로 변해 부드럽게 혀를 감싼다. 빨간 속살이 매력을 풍기는 오도로(참치뱃살)는 참치가 녹는건지 혀가 녹는건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최상의 맛을 보여준다. 스카우트 비용을 톡톡히 지불한 만큼 초밥을 빚어내는 주방의 실력이 믿음직스럽다. 신선한 재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주방장이 갖은 손맛을 더해준다. 메로구이를 식사의 중반쯤 배치한다면 훌륭한 정찬이 될 것이다. 스시아이(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지하,02-2112-2925)=힐튼호텔 일식당 "겐지" 출신의 주방장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밥.찹쌀과 멥쌀을 7:3 비율로 섞어 밥을 짓고 정성스레 만든 소스를 내려 준비하는 밥알들은 찰지고 윤기가 흐른다. 최고급만을 고집하는 생선들은 까다로운 손질과정을 거쳐 밥 위에 오른다. 광어 지느러미인 "엔피라"는 공급량이 적어 비싸지만 적당한 기름기와 쫄깃한 씹힘 그리고 입에 척 들러붙는 느낌 때문에 단골들이 즐겨 찾는 메뉴.손해를 보면서도 손님들의 성화에 못 이겨 내놓는 아마에비는 새우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흩어지면서 씹힐 새도 없이 녹아 내린다. 새콤달콤한 김초밥에 더해지는 새우튀김의 고소한 바삭거림이 일품이다. 고급과일인 아보카도와 잘게 부순 게살,날치 알을 넣고 돌돌 말아 구운 장어를 살짝 올리는 드래곤롤의 맛도 오묘하다. 기름진 아보카도는 소스처럼 게살 맛을 감싸주고 톡톡 터지는 날치알은 장어와 묘한 대비를 보여준다. 삼전초밥(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 주차장 앞,02-735-1748)=반백의 사장이 넉넉하고 여유롭게 버티고 서서 잽싼 손놀림으로 초밥을 쥔다. 능숙하고 노련한 움직임이 듬직하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접시는 새조개 초밥,일년에 서너달 밖에 잡히질 않아 쉽게 접할 수 없는 메뉴.희뿌연 속살의 큼직한 새조개에 간장을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특유의 단맛과 바닷 내음이 입을 황홀하게 만든다. 주홍빛 살집이 먹음직스러운 연어 초밥은 적당히 기름지고 담백하다. 김으로 밥을 동그랗게 말아 간장소스로 구운 장어를 올린 장어 초밥은 김과 빚어내는 조화가 특색있다. 육질의 탄력이 만족스러운 새우 초밥은 새우살이 촉촉하게 유지되어 씹는 내내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다. 뭐니뭐니 해도 단골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초밥은 청어다. 절인 살만을 저며 쥐어 내는 여느 집과는 달리 껍질,살,알까지 내리 썰어 두가지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청어 초밥은 웬만한 미식가들도 빙그레 웃게 만든다. 김유진.맛칼럼니스트.MBC PDshowboo@dreamwiz.com 신경훈 기자 kh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