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우려되는 집단소송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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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지난 22일 강연에 나선 임채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위원장 취임 이후 첫 '공식'행사여서인지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기업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기업인들이 반발해온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와 관련해서도 그랬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주주들이 특정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하면 이해관계가 같은 모든 주주들에게 배상해주도록 하는 제도다.
임 위원장의 설명을 요약하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제한된 범위에서의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조속히 추진하겠다.
새 정부가 도입하려는 집단소송제는 분식회계 허위공시 주가조작 등 명백한 불법행위에 한정하고 있다.
결코 무리하거나 충격적인 정책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백한 불법행위에 한해서만 집단소송제를 적용하겠다는 말이다.
임 위원장은 이같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청중(기업인)들의 박수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왜 그랬을까.
청중들의 반응이 무덤덤했던 것은 '투명한 경영'을 하기 싫어서라기 보다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이 명백하지 않은 탓이었다.
한 참석자는 "집단소송제의 적용대상을 분식회계 등으로 제한하더라도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분명치 않아 여전히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분식회계의 다양한 유형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명시해둬야 기업인들이 '부당한 소송남발'을 걱정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최근 한·미 재계회의에서 미 기업인들이 집단소송제 도입을 신중히 추진할 것을 한국 새 정부에 권고한 것도 부작용 때문으로 해석된다. 소송을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하락을 가져와 선의의 소액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수 있는 탓이다. 해당 기업 입장에선 소송결과 불법이 아니었다는 판결이 나더라도 이미 실추된 이미지는 만회하기 쉽지 않다.
새 정부는 집단소송제가 가져올 득과 실을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손희식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