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조흥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확정됨에 신한의 조흥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날 공적자금위원회는 '가격 상향'과 '제3자 재평가' 등 신한지주로서는 다소 부담스런 조건을 붙여 실제 본계약까지는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 신한지주 낙점 전철환 공자위장은 "인수가격과 경영계획 등에서 유리한 신한지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표결 결과도 전 위원장을 제외한 7명의 위원중 찬성 6, 반대 1로 신한지주의 압승이었다. 예금보험공사는 신한측과 인수가격 등에 대해 세부적인 협상을 벌인 뒤 공자위에 최종 계약조건을 보고,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신한지주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지난 82년 재일교포은행으로 설립된 신한은행은 불과 20년만에 총자산 1백40조원대의 국내 2위 은행으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경우 국내 은행권은 국민(2백4조원) 신한+조흥(1백37조원) 우리(95조원) 하나(87조원) 등 '4강(强)'그룹과 외환(57조원) 한미(41조원) 제일은행(34조원) 등 '3약(弱)'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 조건부 단서 신한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됐지만 조흥은행을 인수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날 공자위가 가격상향과 인수조건 개선, 제3자 가치평가, 조흥 브랜드 사용, 대등 합병 등 다소 부담스러운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매각가격 논란이 없도록 3자에 가격 재평가를 의뢰한 뒤 가격협상에 반영한다"는 대목이다. 신한지주는 1조6천억원의 상환우선주를 발행,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평가 이후 가격이 오르면 우선주 물량부담과 금리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조흥은행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조흥가족 여러분은 오늘 회의 결과에 따라 절대 동요하지 말라"고 당부, 배경이 주목된다. 노조 관계자는 "제3자에 의뢰해 기업가치를 재평가키로 한 것에 대해 신한지주 자금조달 문제까지 포함해 전면 재검토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이에 따른 정확한 평가작업이 이뤄질 경우 조흥은행 매각 자체가 재고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흥은행 관계자도 "제3자의 기업가치 평가 결과에 따라 인수가격이나 조건이 크게 상향조정될 경우 신한지주 스스로 포기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반면 신한측은 제3자 실사를 거쳐도 결과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 향후 절차 본계약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 2월25일 전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제3의 평가기관 선정과 실사 및 협상기간을 감안하면 적어도 한달 이상은 필요하다는게 금융계 중론이다. 하지만 재경부는 최대한 속전속결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새정부 출범 이전에 본계약이 전격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전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본계약 시점을 정하지는 않았으며 협상속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지주는 향후 2년간 별개의 자회사로 운영하다 순차적으로 합병한다는 계획이다. 또 원활한 통합추진을 위해 투자자와 조흥은행측이 동수로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합병전에는 인력재배치 등을 제외한 강제적인 인력구조조정을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