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히스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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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서 경찰과 가장 자주 충돌하는 사람들은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이라고 한다.
인구가 많은 탓도 있지만 끊임 없이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들 때문이다.
중남미인들은 가난을 면해 보고자 혹은 불안한 정치에 진절머리가 나서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히스패닉에 대한 인권문제 등이 종종 언론에 오르내리곤 한다.
최근 몇년새 미국내 히스패닉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이라 할 만큼 폭발적이다.
지난 96년에 2천8백만명이던 인구가 2001년 7월 현재 3천7백만명(미 인구조사국 발표)으로 불어나 전체인구의 13%가 됐다.
흑인인구(3천6백20만명)를 넘어서 백인 다음의 최대 소수인종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0년엔 인구의 20%가 히스패닉으로 채워져 가공할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과 중남미가 장래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히스패닉의 위력은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하다.
영어와 함께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자는 얘기도 이래서 나온다.
히스패닉은 3분의 2가 멕시코사람인데 과거 텍사스 뉴멕시코 캘리포니아가 멕시코 땅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우연은 아닌 듯 하다.
멕시코에 이어 푸에르토리코,쿠바출신들이 뒤를 잇는다.
히스패닉 숫자가 이토록 많은데도 아직 그들의 정치·사회적 지위는 낮은 편이다.
불법이민이 많아 투표권행사를 못하고,선거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아서이다.
그러나 인구수에 비례해 정치적 파워가 형성되고 있어 앞으로 히스패닉의 활약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히스패닉 인구의 연합을 두고 '미국속 또 하나의 국가'라는 말도 나오는데 백인들은 이를 몹시 경계하는 것 같다.
백인들이 히스패닉을 부를 때 '우리'가 아닌 '저들(those)'이란 경멸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어쨌든 미국의 인구지도가 바뀌면서 히스패닉에 대한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들도 다수 출시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미국에 대한 우리의 정치·경제적인 인식도 바뀌어야 할 시점에 온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