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인터넷,테크놀로지,정보가 주도하는 신경제의 열풍속에 닷컴 기업이 우후죽순 처럼 생겨났다. 소비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을 구입하는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신경제의 거품은 상당 부분 빠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세계 고객 전략 연구소'의 CEO 엘리엇 에텐버그는 최근 저서인 '넥스트 이코노미'(이수정 옮김,청림출판,1만3천원)를 통해 "신경제의 시대는 가고 넥스트 이코노미의 시대가 왔다"고 주장한다. 신경제 시대의 주요 소비자였던 베이비부머들이 나이가 들고,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면역이 생기면서 급격하게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신경제시대를 주도했던 닷컴 기업들은 고객과의 관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시장에 먼저 진출해서 거품이 빠지기 전에 주식을 처분하려고 열을 올렸다. "일단 내놓아라,그리고 문제는 내일 고쳐라"는 것이 닷컴 기업들의 생존전략이었다. 저자는 경제의 3분의 2가 소비자 지출에 기반을 둔 넥스트 이코노미 시대에는 고객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저자는 신경제 시대에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마케팅의 영역으로 눈을 돌린다. 수요가 둔화되고 폭발적인 경제성장도 이뤄지지 않을 넥스트 이코노미 시대에는 판매나 생산이 아닌 마케팅을 통해 기업이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촉점을 관리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마케팅 전략을 새롭게 짜야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고객들이 '무엇을' 사는지에 대해서 뿐 아니라 '왜' 사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이 아닌 욕구의 세분화 작업이 필요하다. 앞으로 소비는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욕구에 의해 주도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욕구의 세분화 과정을 통해 최고 고객과 최악의 고객을 구분하라고 제안한다. 이른바 '퀸타일(quintile) 마케팅'이다. 가장 많은 매출을 창출하는 최고 고객에서부터 그렇지 않은 고객까지 순위를 매겨 다섯 개의 그룹으로 나눠 마케팅을 구사하는 전략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 고객 그룹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다. 저자는 스폰서십이나 포인트 누적 프로그램 같은 코마케팅(comarketing)을 통해 고객과 브랜드 간의 관여도를 높이라고 말한다. 또 개인금융설계사와 같은 컨시어지(Concierge)를 이용해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를 대변하는 마케팅 기법을 사용해 보라고 권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