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 610 밑으로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전저점(580)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이날 주가급락은 기업실적(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분출된 결과로 풀이된다. 김지환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형주의 실적발표로 무너졌다"면서 "실적둔화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逆)실적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역실적 장세는 수급악화를 통해 증폭되는 양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손동식 상무는 "외국인 매수세에다 프로그램 매수까지 들어왔으나 주가는 급락했다"며 "시장의 수급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관의 스톱로스(stop loss·손절매)로 인한 수급구조 악화로 작년 9월말∼10월말 나타났던 급락장세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주식형펀드의 환매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기관 손절매 우려=국내 기관들이 최근 들어 '팔자'로 돌아서고 있다. 투신권보다 리스크 관리에 민감한 은행 보험 연기금쪽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 특히 주가가 급락한 24일 일부 기관들은 추가손실을 줄이기 위해 손절매에 나섰다.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 뒤 이날에도 주가가 4% 떨어진 SK텔레콤에 기관의 손절매가 집중됐다. 현대자동차 LG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현대모비스 등 상당수 지수관련주도 기관의 손절매 가격대에 와 있다. 손절매는 특히 수급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는 주가급락을 불러오는 악성매물이란 점에서 추가하락의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 '주가하락→손절매 물량→주가 추가하락→추가 손절매'의 악순환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말∼10월초 기관의 손절매가 쏟아지면서 주가지수가 1백포인트 이상 밀렸다. 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은 "종합주가지수 600선이 무너지면 기관들의 손절매로 주가가 한차례 출렁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형펀드 환매 압력=은행 보험사들과 달리 투신사들은 올 들어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신규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주식을 살 여유가 없는데다 특별한 환매요청도 없어서다. 주식형펀드 잔고는 작년말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그러나 오는 2월부터 펀드의 환매압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3월 주식형펀드로 한꺼번에 몰렸던 자금이 잠재물량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과 3월 두달 동안 투신사,자산운용사의 주식형펀드의 수탁고는 모두 2조3천억원 증가했다. 당시 주가가 720선에서 900까지 급등세를 보이자 시중자금이 주식형펀드로 이동한 것이다. 투신사 관계자들은 "주식형펀드의 만기는 없지만 통상 자금운용이 1년 단위로 끊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2월 이후 환매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기간 중 투신사와 자문사 등에 투자자금을 위탁운용한 은행 보험 연기금 등이 현 증시분위기에서 만기를 연장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