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대목 경기는 업태별로 뚜렷하게 엇갈린다. 소비경기가 밑바닥이란 우려는 서민경제의 바로미터인 재래시장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산층 이상의 수요가 집중되는 백화점 할인점에서는 우려와 달리 선물상품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 상품권 매기가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면서 예년 수준인 15% 안팎의 매출신장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을 양대축으로 한 온라인쇼핑 시장은 쇼핑객이 급증,짭짤한 대목 경기를 만끽하고 있다. [ 백화점.할인점 ] 백화점과 할인점은 주말이 다가오면서 선물상품 구매고객이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식품매장에 깔린 선물세트를 고르는 고객보다는 상품권 코너에 손님이 더 몰리는 분위기다. 서울 대형 백화점의 경우 상품권매출이 지난해보다 20∼30% 늘었다. 신세계가 이달 2일부터 23일까지 22일간 6백81억원어치를 팔아 23.4%,현대는 3백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5.6% 매출이 늘었다. 선물세트중에서는 10만∼20만원대 갈비 정육 굴비 등이 잘 나간다. 구매단가로 보면 지난해보다 5만원 정도 낮아졌다. 이에 따라 식품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식품매장 매출 증가율은 10%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중저가 물건을 주로 판매하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할인점에서도 선물세트가 포함된 식품부문 매출이 10% 안팎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예상과 달리 설 대목 경기가 크게 나쁘지는 않은 편"이라며 "이번달에는 백화점 전체 매출이 3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 홈쇼핑.인터넷몰 ]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에는 손님이 몰리고 있다. LG홈쇼핑은 설 선물 판매를 시작한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총 1천4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 CJ홈쇼핑도 같은 기간 1천90억원어치를 판매,지난해보다 매출이 40% 증가했다. 온라인쇼핑 업계 관계자들은 "선물 판매 총액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지만 잘 팔리는 상품은 대부분 중저가의 실속상품"이라고 밝혔다. 수입육이 인기를 끄는 것도 새로운 변화. 지난해 10만원이 넘는 한우갈비 한우사골보신세트가 인기를 끌었던 데 비해 올해는 수입육으로 만든 6만∼7만원선의 양념갈비,소꼬리 세트가 잘 나간다. 인터넷쇼핑몰인 인터파크 관계자는 "5만∼10만원의 중저가 상품 판매가 최근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 재래시장 ] 재래시장의 설 경기는 '흐림'이다. 명절을 맞아 아동복과 제수용품 등 일부 품목의 수요가 늘긴 했지만 예년 설에 비해서는 판매량이 적다. 아동복은 설 무렵이면 매출이 두배 가까이 뛰는 품목. 하지만 올해는 매기가 아예 일지 않고 있다. 남대문에서 아동복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이번주 들어 매출이 지난해말에 비해 20∼30% 늘었지만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주식회사 백승학 과장도 "남대문으로 물건을 사러 오는 지방상인들의 숫자는 엇비슷하지만 가지고 내려가는 보따리는 지난해 설때보다 훨씬 가볍다"고 말했다.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시장도 대목경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중부시장의 굴비판매 상인들은 "지난해말보다는 낫지만 '특수'라는 말을 쓸 정도가 결코 아니다"고 털어놨다. 중부시장상인회 김창호 본부장은 "올해는 설 연휴와 주말이 겹치는 바람에 명절 분위기가 죽었다"고 푸념했다. 조정애.류시훈.송형석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