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이틀째] "규제는 전쟁만큼 경제에 위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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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차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 둘째날인 24일 포럼 참석자들은 △세계경제에서 IMF의 역할 △최고경영자(CEO) 보수문제 △이머징 마켓에서의 기업 지배구조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에 앞서 열린 첫째날 포럼에서는 이라크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노선이 세계경제의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23일 개막행사 직후 이어진 주제별 포럼에서는 정부의 과잉규제가 전쟁만큼이나 세계경제에 위협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컨설턴트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전세계 CEO 9백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경제전망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이같이 지적했다.
CEO의 49%가 정부의 과잉규제를 전쟁에 '필적하는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응답자의 48%는 '테러와 전세계적 전쟁이 세계경제에 중대한 혹은 가장 큰 위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포럼에 참석한 전세계 이코노미스트들과 재계 지도자들은 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테러,유가상승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형편 없는 성장률을 보인 미국 경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적 충격의 완충장치가 갖춰진 상태에서 전쟁을 할 때와 달리 제로성장 상황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리세션(경기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후 미국 경제는 통상적인 경기 순환 이상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어 전통적인 재정금융 정책만으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감세정책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주택붐의 한계 △저축률 저하 △민간 부문의 과잉 채무 등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
재계 지도자들 역시 미국 의존도가 높은 세계경제가 이라크 전쟁으로 타격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제약업체인 화이자의 헨리 매키넬 CEO는 "문제는 우리가 이제 막 리세션에서 빠져 나와 5~6%의 높은 성장률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이라며 미국경제의 성장 둔화가 세계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미국 핸드헬드기기 제조업체인 팜의 에릭 벤하모우 CEO 역시 전쟁 우려감으로 기업과 소비자가 지출을 꺼리고 있다며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시달리는 상황이 전쟁 그 자체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경제도 이번 포럼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포럼 참석자들은 오늘날 세계경제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향후 2년간 세계경제 평균 성장전망치의 2배를 넘는 7∼8%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게일 포슬러 수석연구원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께 유럽연합(EU)을 능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지난해 중국은 5백20억달러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투자 허브 지역으로 떠올랐다"며 "세계경제에서 가장 미래가 밝은 국가는 중국"이라고 평가했다.
다보스(스위스)=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