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후에(順化,Hue)는 왠지 쓸쓸함이 묻어나는 도시다. 과거의 전쟁으로 훼손된 채 남아있는 옛 왕조의 흔적을 지켜보는 이의 마음은 홀가분하지 못하다. 한때는 왕족들이 한가로이 거닐며 풍류를 즐겼을 궁전의 안뜰을 걷고 있으면 흥망성쇠했던 역사의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향강(香江)만이 후에의 과거를 끌어안은 채 유유히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베트남 마지막 왕조(응엔)의 도읍지로 150년 가까이 융성했던 후에. 남쪽의 호치민에서 비행기로 2시간 열차로는 거의 하루가 거리에 위치해 있다. 도시는 향강을 중심으로 옛 왕국의 중심지였던 북쪽 구시가지와 레러이 거리가 있는 남쪽의 신시가지로 나뉜다. 베트남에서 사색을 즐기며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경험하고 싶은 여행객들에게는 후에가 으뜸으로 꼽힌다. 남쪽의 다낭에서 느껴지는 화려함이나 호치민시의 소음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후에는 향강 주위로 왕궁.사원.왕릉 등이 즐비해 베트남 문화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수많은 역대 왕들의 무덤들은 짧지 않은 베트남의 과거를 한 눈에 느낄 수 있게 한다. "후에를 보지 않고는 베트남의 역사를 알 수 없다"는 말도 이 같은 이유에서 나왔다. 시내의 남쪽으로는 응엔 왕조의 13대에 이르는 역대 왕 중 여섯 왕의 왕릉이 있다. 이 왕릉들은 후에에서 최대 볼거리들로 꼽히는데,능마다 왕들의 생전의 생활 모습들을 그대로 재현해 주고 있어 흥미롭다. 어떤 왕릉은 잘 보존되어 있는 반면 다른 곳은 세월이 흐르고 전쟁의 포화를 겪으면서 폐허가 되어 있기도 하다. 그 중 잘 보존되어있고 많은 여행객들이 찾고 있는 왕릉은 투득,카이딘,민망 등이다. 도시에서 7km 떨어진 반 니엔산에는 응엔 왕조를 가장 오랫동안 통치했던 투득 황제의 왕릉이 있다. 능은 시와 산문에 능통하고 동양 역사.철학에 해박한 전문가였지만 외세의 압력에 흔들리고 자식이 없어 불행했던 투득 황제의 생애를 말해주듯 시적이면서도 애처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차우구 구릉지역에 있는 카이딘 황제의 능은 20C초 베트남 건축 예술을 대표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과 유럽 고딕양식이 혼재돼 있는 능으로 입구에서 36계단을 올라 중앙에 이르면 공덕비와 무덤을 지키는 문무관,기마,코끼리 상을 볼 수 있다. 벽과 제단이 도자기와 유리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고 천장에 용 그림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가장 장엄한 느낌을 주는 곳은 민망 황제의 능이다. 입구에서부터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건물 조각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향강 왼쪽 편에 있는 캄케산에 만들어진 이 왕릉은 장중함과 함께 능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응엔 왕조의 대표적인 축조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행정보=베트남 여행상품들은 수도인 하노이와 호치민시 등 잘 알려진 지역 위주로 구성돼 있는 상태다. 따라서 후에나 다낭 등 덜 알려진 지역으로 여행하려면 여행사에 맞춤 여행을 신청해야 한다. 현재 베트남으로 가는 항공편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베트남항공 등이며 호치민시까지는 4시간,하노이까지는 5시간 정도 소요된다. 베트남 여행 전문여행사로는 위더스관광(02-720-1123),으뜸문화항공(02-703-7031),트래블게릴라(02-779-2511)가 있다. 글=정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