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에 발생한 '1.25 인터넷 대란'으로 전국 2천6백여개 인터넷 쇼핑몰들은 큰 피해를 당했다. 선두권 인터넷몰의 경우 업체당 적게는 1억원, 많게는 7억원의 매출 차질이 빚어졌다. 인터넷몰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무엇보다 인터넷 쇼핑에 대한 불신이 커져 인터넷 쇼핑의 초고속 성장세가 둔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몰들은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작년 이맘때의 2배에 달하는 '설 특수'를 누렸다. 쇼핑몰마다 주문이 몰려 비상근무를 해야 했다. 그러나 25일 오후 인터넷이 마비되면서 주문이 끊겼고 대다수 인터넷몰이 26일 오전에야 거래를 재개했다. 25일 오후 인터넷이 마비돼 거래가 끊기자 인터넷몰 임직원들은 비상 출근해 밤늦도록 시스템을 복구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삼성몰 분당 사무실에서는 시스템 담당 인력 20명이 철야근무를 했다. 인터파크에서는 한밤중에 임원대책회의가 열렸다. 피해 규모 인터넷몰들이 입은 피해는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토요일과 일요일 매출이 '반토막 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TV홈쇼핑 계열 인터넷몰들은 40~50%, 순수 인터넷몰들은 50~60%까지 매출이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말 매출이 평소 13억~14억원인 L사 인터넷몰의 경우 25일에는 매출이 7억원에 그쳤다. 이 인터넷몰은 토요일과 일요일엔 설 선물 주문이 몰려 하루 매출이 2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감안하면 매출이 3분의 1로 준 셈이다. 순수 인터넷몰인 I사는 25일과 26일 이틀동안 2억5천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전주 토요일에 비하면 25일 오후 2시부터 거래를 재개한 26일 새벽 1시까지 1억5천만원의 손해를 입었다"면서 "주말에 설 선물 주문이 몰렸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2억5천만원쯤 된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인터넷몰들은 배송에 걸리는 시일을 감안, 27일까지 설 선물 주문을 받을 예정이었다. '설 특수' 막바지에 사태가 터진 셈이다. 이에 대해 L사 관계자는 "주문 마감이 임박한 시기에 사태가 터진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몰 신뢰에 악영향 인터넷몰 관계자들은 단기적인 매출 감소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설 특수'는 누릴 만큼 누렸기 때문이다.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인터넷몰에 대한 신뢰에 금이 생겨 수년째 이어져온 초고속성장세가 꺾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인터넷 쇼핑과 관련된 소비자 피해는 배송 지연, 제품 하자, 부당한 대금 결제, 사업자의 실수, 과장광고 등 쇼핑몰 운영이나 상품의 결함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사태는 인터넷쇼핑 자체에 관한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터넷몰 H사 관계자는 "인터넷 불통 사태가 발생하면 업체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인터넷 쇼핑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성장세가 둔화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터넷몰 업계는 이번 사태로 인터넷쇼핑 고성장세가 꺾이면 사업계획까지 수정해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선두권 업체들은 인터넷쇼핑이 지난해 안정궤도에 진입했다고 판단, 인력을 대폭 늘리는 한편 올 매출 목표를 지난해 실적의 2배 수준으로 늘려잡았다. 분쟁소지 남아 인터넷몰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당장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인터넷 마비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가 밝혀지면 공동대처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한다. 업계 공동으로 KT 등 인터넷서비스 업체들에 확실한 대책과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만족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터넷몰을 이용하는 고객이 직접 피해를 당한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접속이 끊긴 순간 결제를 하거나 주문을 냈을 경우 분쟁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약관에 따라 인터넷몰측에 보상을 요청하면 된다.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때는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신고,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