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드립니다. 더 싸게 드립니다." 숫자를 통해 구체적인 가격을 보여주는 광고가 늘고 있다. 시청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해 지갑을 열게 하려는 광고들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은 제품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살리면서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광고를 만드는 데 골몰하고 있다. LG텔레콤은 아나운서 최은경씨가 등장하는 할인요금제 광고를 내놓았다. 최대 4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광고의 핵심.현장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아나운서 최은경씨는 "통화 잘 돼고 핸드폰 값 빠지고"라고 외치며 환하게 웃는다. 화면 밑으로는 할인되는 액수가 숫자로 표시된다. 교보는 자동차보험 새 광고에서 경쟁업체들에 비해 15%나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보험 가입자가 자동차번호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번호판에는 할인받을 수 있는 요금이 적혀 있다. 숫자는 점점 줄어 할인된 금액에서 멈춘다. 보험 가입자는 만족한 듯 미소짓는다. 광고가 끝날 때까지 가족 학생 직장인 등 여러 사람들이 할인액이 적혀있는 번호판을 들고 나타난다. 국제전화 서비스는 가격으로 승부하는 대표적인 품목.요즘 광고에서는 싸다는 점을 훨씬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온세통신 광고에는 가격 외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광고 카피도 "내렸습니다"란 말 뿐이다. 화면에는 차례로 미국과 일본의 휴대폰 국제전화 요금이 표시된다. 지난해 말 방영됐던 할인점 까프푸의 광고 캠페인도 가격과 관련되는 내용이다. 까르푸 "바나나"편에는 탤런트 윤혜영이 모델로 등장한다. 배경은 버스 안.그녀는 바나나를 한 다발 안고 싸게 샀다며 좋아한다. 하지만 버스에 탄 남자가 보고 있는 전단지에 적혀 있는 "까르푸에선 바나나가 89원"이란 문구에 기쁨은 금세 충격으로 변한다. 결국 그녀는 까르푸에서 쇼핑을 하게 된다. 가격이 나오지 않는 광고라도 구체적인 제품 정보는 꼼꼼하게 들어간다. 대림산업의 아파트 "e편한세상" 광고의 경우 오렌지색 체크리스트를 보여주면서 지면 광고에나 나올 법한 아파트의 세부사항들을 하나씩 설명해 준다. 광고를 제작한 대홍기획 관계자는 "이미지만으로 광고를 만들면 광고 자체는 보기 좋을지 몰라도 매출과 직접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구체적인 정보를 광고에 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