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현지인代表' 시대] 기업 글로벌 경영 '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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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현지법인에 현지인 대표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대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능력있고 현지시장에 밝은 현지인 CEO(최고경영자)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는 것.
기아자동차는 이달초 볼보와 포드에서 판매 전문가로 명성을 떨쳐온 피터 버터필드(50)씨를 미국법인 KMA의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76년 포드에서 부품 서비스 판매 등의 업무를 하다가 1990년 볼보로 옮겨 북미법인 부사장 자리까지 승진한 인물.
2001년 기아차의 대미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KMA의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기아차가 버터필드 사장을 선임하게 된 것은 지난 98년부터 현대자동차 미국법인(HMA) 사장을 맡아온 핀바 오닐(53) 사장의 영향이 크다.
북아일랜드 출생에 미국 컬럼비아 대학을 나온 핀바 사장은 78년부터 도요타 미국판매법인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86년에 현대차 미국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초 법률고문이었으나 그의 뛰어난 마케팅 감각을 눈여겨본 현대차가 98년 전격적으로 사장에 임명했다.
오닐 사장은 1% 언저리에 머물던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을 2.4%로 끌어올리는데 1등 공신의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의해 기업인 분야의 "2003년 세계를 움직일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하고 있는 SK도 지난 2001년7월 국내기업 최초로 중국사업 총괄대표에 현지인을 임명했다.
사령탑을 맡은 셰청(謝澄) 사장은 SK그룹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적인 중국 이식은 물론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IT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현대상선도 유럽의 대표적인 물류거점인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법인장에 반 데르 린덴(59)씨를 선임해놓고 있다.
린덴 법인장은 지난 92년 현대상선 로테르담 지점에 입사,아시아-유럽항로 개설을 직접 준비했으며 지난 2001년에 법인장에 올랐다.
그는 11년간 현지 화물처리 규모를 3배로 늘린 현대상선 유럽영업의 산증인이라 불리고 있다.
2001년말부터 한진해운 싱가폴 지점장을 맡고 있는 알란 테(50)씨는 서남아지역 최고 명문인 싱가폴 국립대학을 졸업했으며 컨테이너 및 벌크 영업경험과 선박용선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전형적인 해운 전문가다.
알란 테 지점장은 그동안 휴렛팩커드 소니 나이키 월마트 리바이스 도시바 등 다국적 거대기업과 장기운송 계약을 체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통해 세계 유수의 선사들을 제치고 유럽항로 점유율 12%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LG전자 청두(成都)분공 사장을 맡고 있는 우홍(36.巫宏)씨는 68년생.
지난 97년 LG전자에 입사해 4년만에 지역영업본부장 자리에 앉았다.
97년 당시 생산 마케팅 인재 R&D 등 "4대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던 LG전자는 현지 시장 변화에 대응 능력이 뛰어난 젊고 유능한 현지인 채용에 나섰고 백화점 가전 마케팅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우홍 씨가 스카우트됐다.
그는 매년 50% 이상의 매출 신장을 일궈 내며 LG전자의 기대에 부응했고 2001년엔 LG인 동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