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혁명시대] '숍매니저' .. 멋쟁이 고객 만드는 '패션리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롯데백화점 본점 여성캐주얼 브랜드인 "에고이스트" 매장 숍매니저(숍마스터) 오선희씨(30).경력 8년의 매장관리자다.
그가 거느린 매장 직원은 5명.그를 포함해 6명 모두 직업 모델 뺨치는 미모와 몸매를 자랑한다.
오씨의 하루는 아침 7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2시에 끝난다.
잠자는 시간은 고작 5시간.항상 잠이 부족하다.
모자라는 수면은 1주일에 한번 비번때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인천에 사는 오씨가 서울 소공동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전철을 타는 시간은 오전 8시.9시30분이면 점포에 도착한다.
이때부터 개점시간인 10시30분까지 상품정리와 전일매출 점검,청소 등으로 정신이 없다.
백화점 문이 열리면 손님응대와 고정고객 관리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오씨가 관리하는 주요 고객은 60여명.적어도 하루 2명과 전화통화를 한다.
이때 세일이나 기획상품 사은품 등 쇼핑 관련 정보를 자세히 알려준다.
VIP고객에겐 지극한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옆 매장에 빼앗길 수 있다.
고정고객 한 사람이 월평균 40만원 어치를 사가는데 비해 VIP고객 쇼핑금액은 1백만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이들과는 자매처럼 지낸다.
오씨의 연봉은 1억원에 가깝다.
매출액의 일정비율(4~5%)을 보수로 책정해놓고 여기에 기본급을 더하면 대략 이 정도 된다.
오씨는 "대학 졸업하고 대기업 들어가 경력 8년 된 친구들과 비교하면 보수가 2~3배 된다는게 숍매니저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10년이 넘는 베테랑들은 억대가 기본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보수가 많은 만큼 몸과 마음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우선 일에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
개인의 삶을 돌볼 짬이 거의 없다.
숍마스터들에게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식이 아니라 강행군을 의미한다.
점포가 문을 닫고 난 후에도 선뜻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 없다.
유행이 살아숨쉬는 동대문시장으로 가봐야 한다.
"패션리더"가 되기 위한 고된 발걸음이다.
그들은 시장에서 뜨는 디자인과 패션의 흐름을 감지한다.
패션잡지 패션쇼도 안목을 키우는 좋은 재료다.
욕심을 내다보면 하룻밤을 꼬박 새우며 패션잡지를 읽는 경우도 허다하다.
친구나 애인을 사귈 짬이 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다보니 숍마스터 중에는 30대 중.후반의 올드미스가 수두룩하다.
근무환경은 건강관리의 최대 적이다.
하루종일 서 있어야 하므로 발이 퉁퉁 붓기 일쑤다.
세일이나 특판행사 때는 밥 챙겨먹기도 수월치 않다.
괴퍅한 성격의 고객이라도 만나는 날은 종일 우울하다.
경쟁도 보통 치열한게 아니다.
매일매일 비슷한 브랜드와 매출을 비교해야 한다.
고정고객 쟁탈전도 물밑에서 뜨겁게 벌어진다.
단순 코디네이터에서 패션리더로 변한 숍마스터.이들의 세계에 "아마추어리즘"은 통하지 않는다.
진정한 프로들만 살아남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