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혁명시대] 은행 'PB' .. 거액고객 자산 '책임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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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은행원 사회에서 최고 인기직종은 단연 PB(Private Banker)다.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푼돈 손님"들을 응대하느라 하루종일 피곤한 일반 행원들과는 달리 소수의 거액자산가만을 상대하는 고급서비스 전문요원이다.
거액자산가는 예금 대출 등 은행거래가 많아 은행 수익에서 기여도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외형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요즘 은행 경영풍토에서는 최상의 고객이다.
은행들마다 거액자산가를 유치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함에 따라 PB의 인기도도 급상승하고 있다.
인기 PB에게는 다른 은행은 물론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에서도 스카웃 제의가 몰리고 있다.
억대 연봉 보장은 기본이고 직급을 올려 팀장,본부장에 임명하는 사례도 잦다.
한 시중은행 PB팀장은 연봉이 은행장보다 많은 3억원이라는 설도 있다.
수완이 좋은 PB는 관리대상 고객 수백명에 관리 예금이 수천억원에 달한다.
PB 한사람이 관리하는 예금이 일반 지점 한 곳의 전체 수신보다 많은 경우도 흔하다.
사실 국내에 PB제도가 도입된 것은 10년이 채되지 않았다.
지난 95년 보람은행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당시 국내 은행들은 계수 위주의 규모 경쟁에 치중하고 있었지만 보람은행은 내실경영에 주력하라는 맥킨지사의 컨설팅 결과를 받아들여 은행권 최초로 PB와 RM(기업고객 전담행원) 제도를 도입했다.
PB제도 도입으로 보람.하나은행은 거액 자산가 시장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들 거액자산가는 예금규모가 클 뿐 아니라 대출,투자 등 은행거래도 많아 은행에 주는 수익이 일반 서민 고객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수익경영을 중시하게 된 다른 은행들도 PB제도를 속속 도입했다.
지난해 한미,신한,조흥,외환,국민은행 등은 각각 PB센터를 개설하고 PB들을 대거 확충했다.
PB들이 하는 일은 "믿을만한 집사"의 역할에 가깝다.
거액자산가의 금융활동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해결사 역할을 하는 "Life Care" 또는 "Wealth Management"가 주임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은행업무는 물론 증권,보험,세무,부동산,법률 등 돈과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또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묵직함,고객의 성향과 고민거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명철함,고객보다 한 발 앞서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성실함 등의 덕목도 필수적이다.
PB 지망자들은 대부분 한국금융연수원의 "PB전문가과정"을 이수한다.
그러나 이는 "햇병아리" PB의 조건일 뿐 진정한 PB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시중은행 PB 중에는 부동산회사에 근무하다가 PB로 변신한 사람도 있고 세무사 출신도 있다.
고객이 수억원을 믿고 맡길 수 있을만한 능력과 신뢰성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 PB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PB시장의 규모는 1백조원 이상이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억원이 넘는 저축성예금 계좌를 모두 PB들의 공략대상으로 간주하면 99년말 PB시장은 1백5조원이었으며 작년 6월말엔 1백63조원이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