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숙제는 대금업이 명실상부한 금융 비즈니스로 인정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도권으로 완전히 발을 들여놓기 위해 프로그레스는 2~3년 안에 증권거래소 상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본계 대금업체인 프로그레스의 이덕수 사장은 "우리가 한 일은 사채 거래를 지하에서 지상으로 끌어내 사실상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국내시장에서 일본 자본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다름 아닌 대금업을 통해서다.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체계적인 조직과 서비스를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 막강한 영업력을 자랑하고 있다. 신용 등급이 은행 고객보다는 낮지만 사채 수요자들보다는 한 단계 높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은 덕분이다. 최소 80조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사채 시장에서 대금업체로 공식 등록한 업체의 비중은 고작 1%에 불과하다. 이 '지상 세계'를 주도하는 세력이 바로 일본계다. 일본 투자회사 아에루가 출자해 잇따라 세운 7개 대금업체는 지난해 국세청에 등록한 4천7백96개 총 대출잔고(1조5천억원)의 70%대를 점령했다. 프로그레스는 아에루 계열의 대표적인 회사다. 이 사장은 프로그레스뿐만 아니라 다른 아에루 계열도 각자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장을 계기로 운영자금 조달비용도 내릴 수 있습니다. 대금업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업계 1위인 다케 후지가 런던 및 뉴욕 증시에도 상장돼 국제 자금을 저리로 조달하고 운용 자산을 40조엔까지 불렸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죠." 현재 프로그레스 등 아에루 계열 7개사가 상호저축은행 등에서 운영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받는 금리는 평균 13%대로 높은 편. 대금업체는 회수 불가능한 채권에 대해서도 비용이 아니라 이익으로 처리해 세금을 내야 하고 ATM을 통한 현금 입.출금과 자동이체 혜택을 못받는 등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문제는 사회적 인식이다. 대금업계가 최대 현안으로 '고리(高利) 대금업'을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이미지 타파를 꼽는 이유다. 이 사장은 "이미지 개선이 어려운 것은 연 5백~1천%의 높은 이자에다 불법적인 채권추심 활동을 일삼는 지하 사채시장 때문"이라며 "이들을 얼마나 많이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가 이미 연 66%로 제한한 대금업 금리 상한을 인위적으로 또 내리려 할 경우 대금업 양성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등록업체를 이용하는 1% 수요자는 혜택을 받아도 나머지 99%는 계속 제도권 밖에 머물러 고리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개인들의 급전 수요가 얼마든지 있고 은행이 이를 다 소화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대금업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사금융은 제도권 안으로 계속 편입되고 있는 유망한 분야이기도 하죠. 상호저축은행이나 종합금융회사들이 그랬듯이 대금업도 손색없는 금융 비즈니스로 인정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