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北核문제, 北-美 대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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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북한 핵문제가 조만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강경일변도의 전략을 접고 북한의 이같은 요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
양국의 대화가 진행되면 미국은 북핵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첫 발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사실 북한이 지난해 12월 북·미 대화를 위해 나에게 처음 접촉해 왔을 때 국제외교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 당시 막 뉴멕시코 주지사에 당선됐기 때문에 지역 현안인 소득세 감면,교육의 질 향상 등 관련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북핵문제가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 목표는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국(미국)을 돕기 위한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평양을 세 번 방문했다.
특히 1994년에는 미군 헬기가 고장으로 북한 영공을 침입했다 격추된 뒤 체포된 미군 조종사들을 성공적으로 석방시킨 경력이 있다.
이러한 인연으로 한성렬 북한 유엔주재 차석대사가 비공식 회담을 요청해왔다.
그는 94년 제네바 합의 직전 협상파트너였으며,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지낼 때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일한 적도 있다.
회담요청을 받았을 때 북한이 미 행정부 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대화창구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이를 즉시 백악관에 통보해 주고 회담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북한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대화를 허락했다.
한 대사는 지난 11일 뉴멕시코주 주도인 샌타페이에 도착,주지사 공관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회담을 가졌다.
한 대사와의 만남은 과거의 인연 덕분에 어색하지 않았다.
또 정부 대표자격이 아니므로 양국 정부의 민감한 사안을 제3자 입장에서 논의할 수 있었다.
그는 얘기를 잘 들어주는 나에게 매우 귀중한 정보를 주기도 했다.
한 대사는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등 무시해 모욕감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한 대사는 이 자리에서 식량원조 등 미국의 경제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이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은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라 직감했다.
회담 와중에 진지한 대화의 적막을 깨고 충격적인 보도가 흘러나왔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와 미사일 실험재개 위협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성명은 외교전술의 하나에 불과하다.
협상 테이블에서 더 많은 것을 확보하기 위해 그 전에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지난 미 조종사 석방때도 북한은 조종사를 북한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엄포와 함께 북한이 미군 헬기 격추에 사용한 탄환비용까지 물어내라고 주장했으나 미군들은 결국 석방된 전례가 있다.
나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이 직접 대화에 나서는 길밖에 없다고 믿는다.
미 정부의 '대화는 하되 협상은 없다(dialogue without negotiation'는 북핵 접근법은 설득력이 없다.
미국은 이제 북한과 마주앉아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얻어낼 것은 얻어내야 한다.
이런 길만이 미국 등 국제사회가 핵무기의 위협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길이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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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가 월스트리트저널(24일자)에 기고한 '샌타페이 트레일(SantaFe Trail)'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