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27일 종합주가지수는 3개월만에 600선이 붕괴되면서 작년 10월11일(587.5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불안한 미국 증시와 전쟁리스크, 환율 유가 등 대외변수들이 총체적으로 증시를 압박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특히 인터넷 대란이라는 돌발악재로 '1월 효과(January Effect)'는 '1월 충격(January Shock)'으로 뒤바뀐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가상승을 이끌만한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방어적 자세를 취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 사면초가에 놓인 증시 이날 주가급락의 원인으로 이라크 전쟁위기, 미국증시 급락, 인터넷 대란 등 국내외 악재로 인한 투자심리 급랭을 꼽을 수 있다. 경제외적 변수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의 실적이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지표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 점도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UN 무기사찰 보고서 발표 등 전쟁 발발이 임박해지고 이로 인해 투자심리가 불안해져 전세계 증시가 하락세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4분기 미국 주요기업의 실적악화 등 예상보다 침체되고 있는 경제지표가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 불안한 수급이 급락 초래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다는 점도 증시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지수 하락에 따른 반발성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지만 프로그램 매물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가의 매물 압력이 지수 낙폭을 심화시키고 있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시중부동자금이 증시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이는 추가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주식시장이 충분한 메리트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지지선 설정마저 어렵다 증권사 투자전략가들은 대체로 종합주가지수 560∼580선에서는 지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은 "전저점인 580선에서 1차 지지가 나타날 것"이라며 "그렇지만 향후전망이 불투명하고 투자심리도 악화돼 560선을 깨고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지선 설정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LG증권 서 연구위원은 "작년 10월에 나타난 반등도 8월에 직전 저점이 무너진 후 나타났다"며 "지지선은 심리적 안도감 차원에서 설정하는 것일 뿐 악재 해소과정이 더디거나 더 확대될 경우 주가 하락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