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법률회사) 업계는 '뉴 리더'가 나오기 힘든 분야중 하나다. 각 기업의 법률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과 오랜 수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엄격한 위계질서 때문에 발탁 인사도 찾아보기 힘든 곳이 바로 법조계다. 때문에 로펌업계의 뉴 리더는 행정부나 판.검사로 오랜기간 일한 뒤 변호사로 '신장개업'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변호사로서는 '풋내기'지만 실력만은 기존 변호사들에 뒤지지 않기 때문에 데뷔와 함께 업계의 주목을 받는 리더로 떠오르곤 한다. 특히 전공분야가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과 맞물려 '핫 이슈'가 될 경우 더욱 그렇다. 법무법인 화우(화백과 우방의 통합법인)의 임승순 변호사가 대표적인 예. 3년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변호사로 돌아선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조세 전문가다. 같은 판사 출신인 윤병철(김&장), 소순무(율촌) 변호사와 함께 국세청이 삼성 이재용 상무에게 증여세 6백억원을 물린 사건을 맡고 있는 그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상속.증여세 포괄주의를 시행하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임영철씨(바른법률)와 오승돈씨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하다 지난해 변호사로 변신한 케이스. 이들 역시 새 정부의 강도 높은 '재벌 개혁' 정책에 따른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 법무심의관 하도급국장 등을 역임했던 임 변호사는 재직 당시 '미스터 공정위'로 불릴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96년 공정위로 옮기기 전에는 13년간 판사로 일했었다. 최근까지 일선 책임자로 일했던 만큼 공정거래 이론과 실무를 꿰뚫고 있다는 평. 오 변호사는 경제지식과 법률지식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 최대 무기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모두 합격했다. 공정위 재직시엔 '부당내부거래' '출자총액 제한제도' 등 핵심적인 대기업 규제장치를 만드는 작업을 맡았었다. 이들과 함께 자타가 공인하는 공정거래 분야 '최고수'로 꼽히는 김&장의 박성엽 변호사와 율촌의 윤세리 변호사도 올해 남다른 활약을 보일 전망이다. 박 변호사는 현재 공정위 독점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정부 정책에도 직.간접적으로 간여하고 있다. 시민권리를 적극 옹호하는 새 정부 정책에 따라 '주주대표 소송'도 올 한 해 로펌업계를 뜨겁게 달굴 분야로 꼽힌다. 이 분야를 개척한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남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관련 노하우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이 예정된 만큼 올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변호사로 꼽히고 있다.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김 변호사의 반대편에서 소액주주 소송을 다뤄온 인물. 그는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이천전기 인수 등 경영판단 실책에 대해 3천5백억원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회사측을 대리했다. 3년 넘게 이 소송에 매달리면서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세련된 논리를 개발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집단소송제도와 증권관계법을 연구한 김&장의 신필종 변호사도 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현재 입법 과정에 있는 집단소송 관련법의 상당 부분이 그의 자문을 거쳐 이뤄졌을 정도다. 올해는 '뉴라운드(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본격화되고 칠레에 이어 싱가포르 일본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가 구체화되는 해기도 하다. 이 분야의 대표 주자는 세종의 김두식 변호사다. 90년부터 7년간 통상산업부 고문변호사로 활약했던 그는 DDA 협상과 관련, 산업자원부와 외교통상부를 도와 협상 전략을 그리고 있다. 칠레와의 FTA 때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김 변호사는 조만간 구체화될 싱가포르 등과의 협상에서도 큰 몫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김갑유 변호사(태평양)는 대한변협 국제이사 자격으로 로펌업계의 최대 이슈인 법률시장 개방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온 법조인의 눈과 귀가 그에게 쏠리는 건 당연한 일. 김 변호사의 '텃밭'인 국제 중재.소송분야도 최근 몇년간 급증한 국제거래를 반영해 올해 '뉴스거리'들을 쏟아낼 분야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금융·증권 분야도 올 한 해 각광받을 분야로 꼽힌다. 특히 율촌은 로펌 차원에서 이 분야를 강화키로 하고 지난해 '체임버스&파트너스'지가 '한국을 대표하는 회사법.상사분야 변호사'로 선정한 강희철씨를 최근 금융팀장으로 앉혔다. 그는 최근 SK텔레콤과 KT의 주식 맞교환을 성사시키는 등 수많은 거래를 성공시킨 베테랑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