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의 핵심 프로젝트라는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의 윤곽이 잡혀가는 모양이다. 어제 인수위 관련팀과 재계 간담회를 통해 드러난 구상을 보면 금융이나 서비스보다 IT와 R&D 쪽에 중심을 두고 수도권의 송도를 핵심기지로 삼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삼성 기흥연구소, 현대 마북리 연구소 등을 집적시켜 나갈 계획이라는 인수위 관계자의 설명은 당초 구상했던 경제특구 개념에서 크게 달라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런 방향 수정은,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소규모 도시국가의 성장모델을 한국에 적용하기는 무리이고 우리가 금융이나 서비스 분야에서 과연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사실 동북아 경제중심의 대상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인수위의 판단도 그 나름의 일리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IT와 R&D 중심도 금융이나 서비스 만큼 어렵긴 마찬가지다. 인수위는 IT가 경쟁력이 있고 인프라도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했다지만 냉정히 따져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원천기술의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한 게 현실이고 앞섰다는 IT 인프라만 해도 시간문제일 뿐 다른 나라가 얼마든지 따라 올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송도에 연구개발센터를 집결시켜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R&D 허브로 만든다는 전략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인수위는 특히 대기업들에 기대를 거는 모양이지만 이들은 나름대로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연구소를 이미 배치해 둔 실정이어서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연구개발 중심지가 연구개발센터의 물리적 집결만으로 안된다는 것은 대덕연구단지를 통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물류 인프라 측면에서 여건이 좋은 수도권이라고 해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외국기업에 무리한 혜택을 주기보다 국내기업을 우선 끌어들이겠다는 전략도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노동규제 완화,교육 개방 등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많다는 것이 인수위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이것이 규제완화로 인한 시비 자체를 피해나가겠다는 것이라면 잘하는 일이 결코 아니다. 외국기업 유치가 실효성이 없을 것 같자 국내기업이라도 옮겨오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그런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외국기업이건 국내기업이건 간에 스스로의 동기에 의해 움직이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유연화, 기업규제 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취지 자체가 훼손돼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