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은 총재가 가계대출 문제의 '연착륙'방안으로 장기분할상환 방식의 주택금융제도 활용을 거론했다고 한다. 내용은 3년 만기 일반대출 형식인 주택관련 대출을 20년 이상 중장기 주택자금대출로 전환시키고,이 대출채권을 유동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원리금 상환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가계대출의 부실화를 막는 동시에,은행자산의 건전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잘만 하면 유명무실한 상태인 주택저당채권(MBS) 유동화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낙후된 주택금융제도를 선진화시킬 수 있어 더욱 그렇다. 작년말 현재 은행권의 주택관련 대출금액은 총 가계대출 2백20조원의 60%에 육박하는 1백30조원이며,이중에서 주택담보대출만 87조원에 달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한 은행권과 내집마련 또는 이른바 '재테크'를 목적으로 저금리 자금을 활용하려는 서민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문제는 올해부터 상환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는데 대출자금의 상당부분이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에 묶여 있어 자칫 부실화할 우려가 크다는데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당국의 거듭된 부동산투기억제 시책으로 인해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대출상환을 위해 주택매물이 일시에 쏟아져 나올 경우 자칫 자산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은행들이 주택관련 가계대출을 중장기 주택자금대출로 전환시킬 경우,MBS 유동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은행들이 유동성 부족 사태를 피하는 동시에 자산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중장기 주택자금대출만 MBS 유동화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는 관련법 개정을 적극 검토해야 마땅하다. 유동화 전문회사가 MBS 발행뿐만 아니라 MBS를 매입·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장기채권 시장기반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더나아가 부실화된 가계대출을 고위험·고수익의 정크채권으로 매각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 작년부터 가계대출 부실위험이 불거지면서 금융시장 안정이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돈줄을 조일 경우 오히려 대출부실을 가속화시킬 수 있어 대책마련이 쉽지 않았다. 정책당국은 이같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서 주택관련 가계대출의 중장기 주택자금대출 전환과 주택저당채권 유동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