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질병 퇴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경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남북교류를 활성화하는데 힘을 쏟겠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이종욱 박사(58)는 28일 스위스 제네바 현지 인터뷰에서 "무거운 짐을 떠맡게 된 느낌"이라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 박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참여센터 본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종오씨(50)의 친형이기도 하다. 지난 83년 남태평양 피지에서 WHO 간부로 첫 발을 내디딘 이 박사는 WHO 내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95년 WHO 백신국장으로 재직할 때는 세계인구 1만명당 1명 이하로 소아마비 유병률을 떨어뜨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으로부터 '백신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결핵국장으로 일하던 2000년에는 북한에 6만명분의 결핵약을 공급하는 등 19개 국가를 대상으로 결핵 퇴치사업을 추진해 왔다. 평소 WHO의 밀실행정 및 관료주의를 비난하던 이 박사는 '조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개혁적인 공약을 내걸어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동생인 이종오 인수위 본부장은 "형님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이뤄내는 의지의 한국인"이라며 "수영 스키와 같은 운동과 여행을 좋아하며 사진을 찍는 취미도 있다"고 밝혔다. 76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이 박사는 대학 시절 내내 경기 안양 나자로 마을에서 나병 환자를 위해 봉사 진료를 했다. 그는 제네바의 작은 아파트에서 동갑내기 일본인 레이코 여사와 함께 살고 있다. 이 박사 선거 지원차 제네바를 찾은 김성호 보건복지부 장관은 "남북관계나 국제기구에 대한 국내 인력의 진출과 국내 관련산업 발전 등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이 박사에게 축전을 보냈으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