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보안] "섬세한 여자에게 딱이죠" .. '禁女의 벽' 허문 4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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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바이러스 정보유출...
최근의 인터넷 마비사태로 조명받고 있는 정보보안 분야에서 늘상 접하는 말들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남성 특유의 파괴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보안이라고 하면 으레 남자의 세계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지 모른다.
이런 '인식의 벽'을 깬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시큐아이닷컴의 이문주 컨설팅부장(42), 인젠의 오세현 컨설팅본부장(41), 시큐어소프트의 박현주 PKI사업부장(36), 퓨쳐시스템의 김해숙 선임연구원(33)이 그들이다.
소위 성공한 직장여성에 속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새로운 도전'을 스스로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해요. 보안 분야는 기술이나 환경의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가 없어요. 때로는 그런게 부담이 될 때도 있지만 한마디로 즐거운 스트레스죠."
이문주 부장은 보안이 주는 새로운 가능성이 좋아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이 분야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며 보안 분야의 매력을 이같이 설명했다.
김해숙 선임연구원도 "한번 사고가 터지면 전 직원이 초긴장 상태에 빠지게 된다"며 "보안이라는 분야가 실패와 성공의 명암이 극명하게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정체성에 빠질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정보기술(IT) 분야가 그렇지만 보안 분야는 유독 남자 직원이나 젊은 연령층의 비율이 높다.
"남자 직원들과의 소위 '갭'(Gap)을 해소하기 위해 술을 활용했어요. 원래 한두잔 정도 밖에 못할 정도로 술에 약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척이나 힘들었죠. 지금은 오히려 그런 술자리가 즐거워요. 성별을 떠나 서로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에 익숙해진 거겠죠."
박현주 부장은 이같이 말하며 가끔씩 직원들과 회사 근처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 '동료애'를 쌓는 기회도 가진다고 덧붙였다.
오세현 본부장은 업무적으로 잘 짜여진 기업환경을 갖춘 독일에서 일한 적이 있어 벤처기업 특유의 '자유로움' 때문에 곤혹을 치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막 컨설팅 사업부를 맡은 후였어요. 부하 직원 17명과 개별 면담을 하려고 한 직원에게 일정을 잡으라고 시켰더니 '10명만 연락이 됐고 나머지는 본부장님이 알아서 하세요'라는 겁니다. 결국 그 직원을 앉혀 놓고 직장인으로서 개인의 직무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죠. 그 비슷한 일들이 너무 많아 처음엔 적응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이들은 모두 이공계 학과 출신이고 두 아이의 엄마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금은 이런 것들을 강점으로 또는 안정감을 주는 환경으로 여기고 있지만 과거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로 직면해야만 했다.
이 부장은 "'선생님이나 돼라'고 말하는 부모님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결국 전산학과를 선택하긴 했지만 부모님의 의지 때문에 원하던 학교 대신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오 본부장은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한동안 쉬면서 직장인으로서는 이제 끝인가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여성으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게 정말 어렵다는 걸 그때 절실히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그래서 새롭게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이제는 여성들도 남자 못지않게 일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정착된 만큼 보다 많은 여성들이 보안 분야에 도전적인 시각으로 부딪혀 보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이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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