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cookies)란 인터넷 웹사이트에 방문기록을 남겨 컴퓨터 사용자와 웹사이트를 연결시켜 주는 데이터다. 만약 특정한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했다면 다른 사람들도 쿠키를 이용,당신의 방문 사실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쿠키는 이제 사용이 거의 일반화돼 있다. 특히 광고회사 등 기업체들은 쿠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더블클릭(Double Click)'과 같은 전문 회사들은 1만1천개 웹사이트와 계약을 맺어 네티즌 1억여명의 인터넷 습관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인터넷 및 e메일 서비스 제공업체들도 인터넷 이용자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오프라인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용카드의 사용확대로 개인의 소비행태는 완전 공개된 것이나 다름 없다. 통신회사들은 마음만 먹으면 휴대폰 사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추적할 수 있다. 고속도로나 백화점 공항 등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개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화면에 담고 있으며,영국인 한 명이 하룻동안 감시 카메라에 녹화되는 횟수는 3백차례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엔 디지털 카메라 사용이 확대되면서 개인들의 사진들이 오용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기술자들은 자동차나 두꺼운 벽까지 투시할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 중이다. 상업용 인공위성은 1㎡ 이상 넓이의 물체라면 하늘 높이서도 감시할 수 있다. 각국 정부는 9·11 테러사태가 발생한 이후 이와 같은 기술을 적극 활용,감시 강화와 정보 수집에 더욱 열성이다. 미국에서는 정보기관이 도청이나 인터넷 감시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법률을 만들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프라이버시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매우 미미하게만 들린다.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선택하느냐,아니면 안전과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느냐의 논쟁은 점차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버시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규정짓느냐도 논란거리다. 특히 프라이버시에 대한 정의는 개인마다 주관적이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국가안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개인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이제는 민간기업들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개인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해법은 대체로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법률적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가장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오래된 법제도를 고쳐 인터넷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다양한 암호체계를 개발,개인정보 수집을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업계의 자율규제도 강화돼야 한다. 온라인상에서의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대한 해법은 이중,삼중의 절차와 통제를 거치도록 한 신원확인 기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엄격한 통제장치를 만든다면 개인정보 유출을 자연스럽게 차단할 수 있으며,불법적인 정보 접근도 막을 수 있다. 사회적 투명성을 높이는 일도 택할 수 있는 한가지 방안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정보를 공개하고,이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합법적으로 활용한다면 정보 오용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정보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인권보장 차원에서 프라이버시권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 그 형태가 어떠하든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월25일자)에 실린 'No hiding place'란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