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제3주제 : (4) 철저한 실사구시 中 칭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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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중관춘(中關村) 뒤편에 자리잡은 칭화(淸華)대.
이 대학 캠퍼스에는 학교 주요 건물을 오가는 순환버스가 있다.
1위안(약 1백50원)을 주면 탈 수 있다.
이 자동차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봉고형 미니 버스다.
그러나 속은 다르다.
전기로 움직이는 선진 '전기 자동차'다.
이 자동차가 만들어진 곳은 캠퍼스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칭화대 자동차연구소.
5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칭화대의 간판급 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그동안 많은 자동차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고, 캠퍼스 전기자동차는 그 중 하나다.
자동차 연구소에 교환교수로 있는 조행묵 천안공업대 교수는 "칭화대의 자동차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못지 않다"며 "곧 훌륭한 전기자동차가 이 연구소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비록 자동차 기술 상용화부문에서는 뒤지고 있지만 칭화대의 자동차 관련 기초 기술만은 뛰어나다는 얘기다.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인 델파이가 칭화대 자동차연구소 기술을 사갈 정도입니다. 델파이는 아예 연구소 건물 2층에 사무소를 차려놓고 칭화대 연구진과 함께 기술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칭화대의 꾸준한 연구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연수를 마다하고 중국으로 온 조 교수는 칭화대 연구소에서 이 대학 기술진과 함께 최적의 엔진 연료비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연구소는 칭화대의 실사구시(實事求是) 학풍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산업에 필요한 실질 학문 및 기술을 개발, 이를 산업화에 적극 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칭화대의 학풍은 곧 중국 이공계 대학의 흐름이기도 하다.
칭화대의 실사구시 학풍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샤오반(校辦)기업'에 있다.
칭화대가 설립한 대학기업이다.
칭화대 정문에서 보면 칭화쯔광(淸華紫光)이라는 간판을 단 건물이 보인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되기도 한 이 회사는 칭화대의 대표적인 샤오반기업.
중국 정부로부터 5백대 중점기업으로 선정된 대표적인 종합 IT업체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장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칭화쯔광을 이끌고 있는 장번정(張本正) 사장이 최근 베이징에서 '2003년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그는 "이공계대학의 사명은 산업 기술발전의 목표를 제시하는데 있다"며 "대학은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할 책임이 있고, 각 기업은 대학의 연구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칭화쯔광을 산학협동의 모델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칭화대가 운영하고 있는 '샤오반기업'은 89개.
정보기술 통신 전기 건축 환경 위성기술 등 각 분야별로 최고의 기술 수준을 갖추고 있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한 해 약 2백억위안(약 3조원).
이중 칭화쯔광 칭화퉁팡(淸華同方) 등은 증시에 상장되기도 했다.
칭화대는 특히 이들 기업으로부터 나온 수익금 일부를 학교 재정에 투입하기도 한다.
이들은 대부분 교내 벤처기업으로 시작했다.
칭화대 교수와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기업을 설립, 이를 업계 최고 기업으로 키운 것이다.
칭화쯔광 장 사장의 경우 지금도 칭화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칭화대 학교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이 대학의 기술을 그대로 흡수한다는데 있다.
칭화쯔광의 경우 학교의 우수 연구진에게 개발 용역을 준다.
대신 매년 순익의 10% 정도가 칭화대로 흘러든다.
이 회사는 또 칭화대의 우수 졸업생을 일차로 선발하고 있다.
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이 거기에서 나온다.
학교기업의 또 다른 경쟁력은 브랜드에 있다.
중국 최고 명문 이공계 대학인 '칭화'의 브랜드를 살려 '기술주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는 것이다.
조 교수는 "대학 이름은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며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도 고려해볼 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브랜드 파워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가짜 칭화대 기업'도 활개를 치고 있다.
현재 약 5백여개에 달하는 기업이 '칭화'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은 가짜라는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1911년 설립된 후 중국 이공계 대학의 학맥을 주도해 오고 있는 칭화대.
수많은 고위 지도자를 배출, 중국을 이끌어온 칭화대가 지금 중국 특유의 산학협동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송태형 기자 woodyhan@hankyung.com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