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깊어가는 美 - 유럽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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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2년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던 세계경제포럼(WEF)에는 당시 콜로라도 주지사였던 빌 오웬스가 미국 공화당을 대표해 참가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와 그 주변 참모들은 다보스포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임했던 이전 8년 동안에야 다보스포럼이 각광을 받았겠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유럽사람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미국은 단지 참석만 해주면 되는 정도의 모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다보스에 모인 유럽 참석자들은 새로 출범하는 부시 정부에 대해 관심이 컸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고수했던 고립주의 정책을 계속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 궁금해 했다.
올 회의엔 참석지 않은 오웬스 주지사는 "사람들이 나에게 '미국이 좀더 (세계정세에)개입해야 한다.
유럽과 같이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며 회상했다.
그로부터 2년 동안 너무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유럽은 부시 정부의 중동정책에 끊임없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오웬스는 "이렇게 되면 잠복해 있는 고립주의에 대한 충동이 재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과 미국간의 '대서양 동맹'이 약화되고 있다.
물론 갈등은 이라크 사태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프랑스와 독일의 거친 반발에도 불구,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고 있다.
'오프 더 레코드'수준이어야 할 언사들이 워싱턴과 파리 베를린 사이를 오가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부 장관이 얼마전 독일과 프랑스를 가리켜 '늙은 유럽'으로 표현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전 국무부 차관인 스트롭 탤벗은 이를 두고 '화성에서 온 미국인,금성에서온 유럽인'이라고 빗대어 묘사했다.
게다가 양쪽이 조만간 화해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이라크 사태는 과거 수년간 형성해온 긴장이 밖으로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
미국은 넘치는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있고 또 그것을 활용할 의도도 다분한데 반해 유럽은 폭력이 수반되는 그 어떤 해결안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정치학자 로렌스 프리드먼 경은 "유엔에서 오랫동안 계속됐던 협력기조가 끝나면서 미국과 유럽의 의견을 좁히려는 시도가 더욱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이 없어지면서 양쪽의 군사력 차이가 벌어진 것이 그 이유라는 것이다.
유럽 경제가 아직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관계악화에 일조를 하고 있다.
비록 미국의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져있고 경제 회복도 난망하지만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논의된 주된 소재는 여전히 미국경제였다.
이를 지켜보는 유럽인들의 심정이 좋을 리 없지만 미국은 사실상 중국과 함께 다보스포럼의 유일한 중심점이었다.
다보스에서 독일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사태와 관련,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럽의 결속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사태를 조속히 매듭짓지 못한다면 유럽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며 설사 빨리 끝난다 하더라도 유럽의 결속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인사들 대부분도 당분간 미국과 유럽의 갈등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정리=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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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1월28일)에 실린 'A Wider Ocean Splits the US and Europe'이란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