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대선 이후 처음으로 '노무현 정부' 기업정책에 대한 고언을 내놨다. (한경 29일자 1면) 그동안 전경련 관계자나 개별 기업 차원에서 걱정스런 의견표명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회장단 회의를 거쳐 공식적으로 새정부 정책에 대한 간곡한 요구사항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고 그만큼 무게가 실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새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높아져 있다는 반증도 될 것이다. 재계의 요구는 한마디로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규제를 철폐하며,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경제분야 국정목표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인수위가 쏟아내고 있는 정책들이 기업활동을 격려하기는커녕 오히려 위축시키며,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기보다는 규제와 간섭을 더욱 강화할 것이고,결국에는 국가경쟁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걱정들이 이번 정책제안으로 표현된 셈이다. 기업규모를 기준으로 한 지금까지의 차별적 규제를 기업간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은 특히나 귀담아 들을 만하다. 출자총액 제한과 같은 도토리 키재기식의 총량규제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을 견뎌낼 만한 세계적 규모의 기업을 키워낼 수 없다는 지적은 그동안에도 되풀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지만 이번에 다시 정책제안의 첫머리에 올랐다. 사외이사제 등 기업지배구조 문제는 기업자율에 맡기며 상속세 포괄과세나 금융사 계열분리 청구제 등은 유보되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기업들에 강제되어왔던 기존의 행정 규제만도 벅찬 상황에서 또다시 각종 개혁과제들을 내놓는다면 기업가들의 기업하고자 하는 의욕이 완전히 꺾여버리고 말 것이라는 재계의 항변은 충분히 이유있다고 본다. 주가 폭락,경기 급랭,투자의욕 감퇴가 단순히 외부요인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마침 어제 삼성경제연구소는 '외국인 투자부진의 원인과 처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기업들 역시 한국을 더이상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보지 않고 있다는 분석결과를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항차 새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을 퇴색시키고 기업에 대한 각종 부담을 오히려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간다면 그 결과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개혁'을 명분으로 내건 경제실험을 되풀이하기에는 당장의 경제상황이 너무 나쁘다는 점도 당선자와 인수위는 직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