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29일 내놓은 '한.중.일 기술경쟁력 비교조사'는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중국의 맹추격에 대해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경쟁력이 탁월한 일본과 저임금및 풍부한 노동력을 갖춘 중국 사이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약화되는 '넛 크래커'(호두까기) 현상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더구나 높은 잠재성장력을 보유한 중국이 기술경쟁력 면에서도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위기감을 더해주고 있다. 조선 건설 비금속 제약.바이오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에서 앞으로 5년 안에 중국에 따라잡힐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특히 중소기업들의 위기감이 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책을 비롯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 한.중 기술격차는 3년에 불과 현재 중국 기업들의 기술경쟁력은 우리 기업의 80% 수준으로 기술격차는 3.08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설계와 소재관련(각 78%) 기술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지만 중국은 정보통신 철강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속도가 한국의 94%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일본의 기술력은 국내 기업들의 1백25% 수준으로 격차는 평균 3.36년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품설계와 소재관련(각 1백26%) 공정관리(1백24%) 부품관련(1백23%) 조립가공(1백22%) 기술이 한국보다 많이 앞서 있고 개발속도(1백21%)에 있어서도 여전히 뛰어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 중소기업은 3년내 중국에 추월 중국의 기술경쟁력이 우리 기업과 대등해지는데는 앞으로 평균 3.76년 걸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기업은 평균 4.45년을 내다본 반면 중소기업들은 2.78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 철강 섬유.의류 식음료 등은 3년 안에 중국에 추월당할 것으로 우려했다. 우리 기업들은 그런 한편에서는 기술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기업에 대해서도 향후 5년내 대등한 기술력을 지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섬유.의류가 2년안에 따라잡을 수 있고 정보통신 전자 등도 3년이면 추격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조선이나 건설 등은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격하는데 8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상당기간 경쟁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비금속과 제약.바이오 등의 경우엔 중국과의 격차도 6년 이상 앞서 있지만 일본을 추격하는 데도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어쨌든 이번 조사를 종합할 경우 앞으로 7∼8년 후에는 한.중.일 3국이 전반적으로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