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9일 이라크 사찰단의보고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회의를 열었으나 미국, 영국과 대다수의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미국과 영국에 제동을 거는 데 앞장서온 프랑스와러시아는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은닉과 테러 연루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겠다는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사찰단에 더 시간을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보리 회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각국 유엔주재 대사들은 틈틈이 기자들과 만나 자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존 네그로폰테 미국 대사는 "외교적 해결의 창구는 닫혀가고 있다"면서 "우리는특정한 시간표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지만 상황은 급박하다"고 말해 유엔 사찰단에 더는 많은 시간을 줄 여유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제레미 그린스톡 영국 대사도 "사찰단 보고 후 안보리 이사국들 가운데 일부는잔이 반쯤 찼다고 보고 있고 다른 일부는 잔이 반쯤 비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라크에마지막 무장해제의 기회를 준 유엔결의 1441호는 이라크의 협조가 분명히 `가득찬잔'이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모하마드 알두리 이라크 대사는 이라크는 요구를 받은 정보를 모두 제공했으며 앞으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사찰단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언급을 통해 미국과 영국의 입장에 기우는 듯한모습을 보였던 러시아도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대사는 "푸틴 대통령의 기본입장은 사찰이 계속돼야한다는 것이며 이라크가 사찰단에 협조하지 않거나 방해하면 대책을 강구하겠다는뜻"이라고 밝혔다. 라브로프 대사는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표를 환영했으나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마르크 드 라 사블리에르 프랑스 대사도 "대다수 안보리 이사국들은 사찰을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보리 회의에서는 러시아와 프랑스 이외에 중국, 독일, 멕시코, 칠레, 기니,카메룬, 시리아 등도 사찰단에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이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국가는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면 불가리아와 스페인 등 두 나라정도에 불과했다고 유엔 외교관들이 전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안보리 회의에 앞서 한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소진하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안보리에 시간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또 이라크가 핵개발을 위해 알루미늄 튜브를 입수하려했다거나 첩보요원을 대량파괴무기 담당 과학자로 위장시켜 유엔 사찰단과 면담시키려 했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다른 유엔 사찰 책임자인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ㆍ검증ㆍ사찰위원회(UNMOVIC)위원장도 안보리에 더 많은 시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이라크에서발견된 빈 화학탄두에 대한 분석 결과 화학탄이 채워졌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안보리에 보고한 것으로 외교관들이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