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좀 좋은 일이 있으려나.' 정월이면 누구나 한 해 운수를 궁금해 한다. 토정비결을 비롯한 신수점을 보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지금은 별자리점 등 종류도 많지만 그래도 연초 가장 널리 통용되는 건 토정비결(土亭秘訣)이다. 예전엔 어머니가 남몰래 본 뒤 좋으면 알려주고 나쁘면 "금년엔 물(자동차)을 조심해야 한다더라" 하곤 장롱 속에 감췄다. 요즘엔 인터넷 사이트(2천∼3천원)가 허다하지만 그래도 지하도엔 누런 책을 펴놓은 노인들이 나이 지긋한 행인의 눈길을 붙든다. 토정비결의 저자라는 이지함(1517∼1578)은 선견지명을 지닌 학자였다고 전해진다. 서경덕(徐敬德) 문하에서 역학 천문 지리 등을 배웠는데 포천 현감 시절 임진강 범람을 예측했고,아산 현감 때는 걸인청을 만들어 빈민 구제에 힘썼다는 것이다. '토정'이라는 호는 일생을 거의 서울 마포 흙담 움막집에서 지낸 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한다. 기행(奇行)에 대한 기록도 많다. '지함은 몸소 섶을 지기도 하고 또 배를 잘 저어 제주도를 자주 드나들며 이상한 일을 많이 했다' '아들이 죽자 곡하느라 아무 것도 입에 안댄 지 7∼8일이 돼도 피곤한 기색이 없으니 사람들이 모두 장골이라 했다. 얼음물에 들어가서도 추워하지 않고 한창 더운 때에 겹옷을 몇 개나 껴입고도 땀을 흘리지 않았다'(선조실록 11권)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의 적자 셋중 첫째 산두는 일찍 죽고, 둘째 산휘는 호랑이에 물려죽고, 셋째 산룡은 열두살 때 역질로 세상을 떴다. 서자 산겸 또한 임진왜란중 의병을 일으키고도 싸우지 않았다 하여 역적으로 몰려 죽었다. 아들들의 불행을 예측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 것도 막지 못한 셈이다. 점괘는 좋으면 들뜨고 나쁘면 불안하게 마련이다. 노스트라다무스를 연구하는 도나 앤드루스 박사는 문헌 분석 결과 올해 8월 26일이 진짜 '인류 최후의 날'로 예언돼 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으면' 막을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괜스레 예언이나 토정비결 등에 연연하기보다 노력의 결과를 믿고 최선을 다하는 한편,욕심을 줄이고 화를 참고 매사에 너그러운 마음가짐을 지니면 복과 운은 절로 따라오는 것 아닐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