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공항에서 멕시코 휴양도시 캔쿤으로 갈 예정인 관광용 전세비행기가 벌써부터 화제다. 비행기가 이륙해 적정 비행고도에 들어가면 "이제 옷을 벗으셔도 좋습니다. 편안한 여행을 즐기세요"라는 기내방송이 예정된 탓이다.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누드 비행'인 셈이다. 휴스턴 소재 캐스타웨이여행사(www.castawaystravel.com)가 캔쿤 인근 누드 리조트의 1주일 숙박과 패키지로 묶어 파는 이 여행상품은 1백50만~2백만원선.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이미 거의 매진됐다. '누드산업'이 요즘 미국에서 급팽창하고 있다. 불황기 관광산업의 틈새시장으로 각광 받으면서 미국 전역에 누드 리조트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 주 고객은 30대 이상의 부부들이다. 미국에서 누드산업의 본고장은 역시 플로리다주.6개의 대형 누드 리조트를 가지고 있는 패스코 카운티는 연간 10만명이 '누드'만을 목적으로 찾아온다. 이곳에 본부를 둔 미국 누드 레크리에이션협회(AANR)의 회원사는 2백62개로 10년전의 1백89개에 비해 40% 가까이 늘어났다. 일반회원수도 5만명을 넘는다. 캘리포니아주의 팜스프링스시는 까다로웠던 누드시설에 대한 건설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플로리다주의 최고급 누드 리조트인 파라다이스 레이크스는 20년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당국의 각종 규제로 영업에 애로를 겪은 것은 물론 은행 대출과 우편서비스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지역 상공회의소가 주는 '올해의 기업상'을 수상했다.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공로에서다. 패스코카운티의 노티컬 누드클럽사장인 프랭크 롬비노는 "옷을 다 벗으면 누가 의사이고 변호사인지 모른다"며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익명성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탈출하려는 욕구가 커질수록 누드산업은 번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