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일자) 기술마저 중국에 밀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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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을 따라잡기도 전에 중국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는 전경련의 한ㆍ중ㆍ일 기술경쟁력 조사결과는 위기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번 조사가 엄정한 과학적 방법론이 아니라 기업들이 체감하고 있는 격차에 기초한 것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현실감이 그대로 반영됐다고도 볼 수 있어 더욱 그러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우리가 일본을 추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4.27년인 데 반해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76년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앞으로 일본의 기술력에 큰 변화가 없다는 가정에서의 한ㆍ일 격차이고,또 우리 역시 기술력에 큰 변화가 없다는 가정에서의 한ㆍ중 격차로 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일본을 따라잡기는 멀고, 중국의 추격은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만은 분명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중국의 추월에 걸리는 시간이 2.05년으로 전통 제조업들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난 것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전통제조업에서 중국의 추격이 보다 빠르고 우리가 훨씬 앞섰다는 정보통신의 추격엔 그래도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일반적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신산업에서 먼저 추월당할 수도 있다는 것은 정부 기업 모두 깊이 생각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ㆍ중ㆍ일 간에 기술격차가 이렇게 나타나는 것은 일본은 우리가 쉽게 넘어서기 어려운 설계ㆍ소재 등 원천기술 분야에서 앞서 있고,중국의 기술개발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는 탓이다.
이대로 가면 일본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대신 중국과의 격차는 곧 사라질 수도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면밀히 분석,산업 및 과학기술 전략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차기정부가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겠다고 하지만 이것이 구호로 될 일은 결코 아니다.
'중심'은 커녕 '변방'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대응책 수립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