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성수품 시장에서 "채고과저"(菜高果低)현상이 뚜렷하다. 채소는 비싸고 과일은 싸다는 얘기다. 배추 무 등 채소 값은 강추위와 폭설로 최근 며칠새 급등했다. 반면 사과 배 등 과일류는 경기침체와 소비부진으로 맥을 못추고 있다. 설 이틀 전인 30일 농산물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배추 무 등 채소가 표준가격(최근 5년 같은날의 평균가격)에 비해 70% 이상 비싼 값에 거래됐다. 상승률은 대파가 1백59%로 가장 높고 무 1백8%,배추 78%,양파 70% 등이다. 대파의 경우 1㎏짜리 한 단이 2천3백50원(이하 상품 기준)에 거래됐다. 최근 5년 설 이틀 전 가격 평균이 9백9원인 점을 감안하면 2.5배가 넘는 가격이다. 표준가격이 15㎏에 5천1백64원인 무는 2배가 넘는 1만7백50원에 팔렸다. 과일 값은 정반대다. 사과 배 단감 감귤 등의 가격이 한결같이 표준가격을 밑돌고 있다. 특히 감귤 값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감귤파동'이란 말까지 나온다. 30일 가락시장에서는 감귤 15㎏짜리 한 상자가 평균 9천원에 거래됐다. 최근 5년 평균가격(1만6천82원)에 비하면 44%나 낮다. '한국 과일의 왕'으로 불리는 배는 표준가격을 29%나 밑돌아 사과에 '지존(至尊)' 자리를 넘겨줬다. 사과와 단감 시세는 표준가격에 비해 각각 7%와 2% 낮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소매에서도 '채고과저' 현상이 뚜렷하다. 농산물 할인점인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는 지난해 설 이틀 전에 1천원에 팔았던 양파(1.5㎏)를 2천6백40원에 팔고 있다. 값이 2배 이상 뛴 셈이다. 같은 기간 중 배추 1포기는 1천1백원에서 1천9백원으로,무 1개는 8백원에서 1천5백원으로 급등했다. 반면 1년 전 1만6천원에 팔았던 감귤 15㎏짜리는 1만3천원에 팔고 있다. 같은 기간 중 배 특품 3개는 9천1백원에서 8천8백원으로,사과 특품 3개는 5천9백원에서 5천6백원으로,단감 5개는 3천5백원에서 2천3백원으로 값이 내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