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5억 對北 송금] 金대통령 '사법처리 부적절' 발언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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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이종남 감사원장으로부터 현대상선의 대북지원과 관련한 보고를 받은 뒤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이익을 위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발언함에 따라 이 문제의 처리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북 뒷거래 의혹 자체를 덮겠다는 발상"이라며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제와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민주당의 이상수 총무도 "현대상선의 돈이 남북경협자금으로 쓰였다 하더라도 국민적 의혹이 비등해 있는 만큼 검찰의 수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검찰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차원의 진상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 통치권 차원 양해 구해=김 대통령은 "국민들이 민족과 국가의 이익을 위한 관점에서 각별한 이해가 있기를 바란다"며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김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비롯한 현대의 철도 통신 관광 등 7대 사업은 민간차원의 경제협력사업이기는 하지만 남북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 문제로 인해 남북관계의 좌절이나 이미 확보한 사업권의 파기 등 평화와 국익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또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장차의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남북관계의 특수한 처지는 통치권자인 저에게 수 많은 어려운 결단을 요구해왔다"며 통치권 차원에서 모종의 결단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노무현 당선자측 적절한 조치 기대=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현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문희상 청와대비서실장 내정자와 유인태 정무수석 내정자 등은 "우리는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서도 "의혹이 있다면 모두 해소하고 가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 그대로"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도 이날 SBS 방송 녹화를 위해 집무실을 나서다 기다리던 기자들의 질문에 "좀 더 알아보고…"라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대변인실도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국조 요구=박종희 대변인은 "대북 뒷거래 의혹 자체를 덮겠다는 발상"이라며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제와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김 대통령의 언급은 대북 뒷거래가 현대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던 일이고,정권이나 정부와는 무관하다는 책임전가에 다름 없다"고 지적한 뒤 "자금규모를 2억달러에 국한시키려는 의도 역시 간과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통치차원의 일이라면 덮어야 한다'는 문 비서실장 내정자의 얼마전 언급 역시 치밀하게 기획된 발언으로 드러났다"고 상기시킨 뒤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묻혀버릴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검찰수사 요구=이상수 사무총장은 "현대상선의 돈이 남북경협자금으로 쓰였다 하더라도 국민적 의혹이 비등해 있는 만큼 검찰의 수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결과가 미진하다면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정조사나 특검제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이번 사안이 경우에 따라선 현 정부와 노 당선자측 및 당내 신주류와 구주류 사이에 갈등으로 비쳐질 것으로 보고 언급을 자제했다.
김영근·김형배·정종호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