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게 경제교육을] 제2부 : (4) '교재부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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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주 볼드윈초등학교에 다니는 스티브(10).
손에 들고 있던 주사위를 하늘 높이 힘껏 던진다.
스티브의 단짝친구들인 제임스, 라케야, 카미샤.
땅에 떨어진 주사위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5'.
스티브의 말이 다섯칸 이동한다.
'TAX(세금) 30달러 납부.'
불만스러운 표정의 스티브.
갖고 있던 가짜돈 30달러를 뺏긴다.
"선생님, 세금이란 내 돈을 잃는 건가요."(스티브)
옆에서 스티브를 지켜보고 있던 론다 벤츠 선생님.
세금이란 무엇이며 왜 내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준다.
볼드윈초등학교가 모노폴리(주사위를 던져 말을 놓고 각 칸에 적혀 있는 내용에 따라 가짜돈을 주고 받는 게임)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경제교육을 실시하는 현장이다.
미국에서 청소년 경제교육에 쓰이는 교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교재라고 해서 복잡한 설명으로 가득찬 '책'만을 상상해선 곤란하다.
모노폴리와 같은 게임 비디오 CD롬 만화 동화 정기간행물 등 다양하다.
이들 경제교재의 특징은 두가지다.
우선 이해하기 쉽고 실생활과 밀접한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
초등학교 3~5학년생을 위한 금융교재인 '은행이야기'를 예로 들자.
이 책은 은행계좌 여는 법 자동입출금기(ATM) 사용법 예금부분보장제도 등을 알려준다.
청소년 창업교육 단체인 니프티(NFTE)의 교과서에는 '월스트리트저널 읽는 법'이란 단원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를 읽으며 창업아이템을 얻는 법, 투자처를 찾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
미국 경제교재의 또 다른 특징은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경제교재가 풍부하다는 점.
교사들은 학생들의 나이, 관심영역에 따라 필요한 교재를 입맛대로 골라 쓸 수 있다.
아이들에게 용돈 관리법, 신용 관리법, 저축하는 법 등을 가르치고 싶은 부모는 50가지가 넘는 교재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볼드윈초등학교는 모노폴리를 이용한 경제교육을 3년 전부터 도입했다.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경제적 사건과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우게 되지요. 특히 어린 학생들이 쉽게 경제용어를 이해하고 경제현상에 흥미를 갖게 되는 효과가 있어요."(벤츠 교사)
대부분의 교실에서는 '가짜돈'을 이용해 금융과 수학을 가르친다.
뉴저지주의 알파인초등학교는 학급 내에 모의은행을 만들고 모의화폐를 유통시켜 학생들에게 '금융감각'을 심어준다.
덴버의 웨스트뷰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모의수표(스쿨머니)를 나눠 준다.
학생들은 스쿨머니를 이용, 학용품 책 등 각종 학교 물품을 사거나 교내 중고품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팔 때 교환수단으로 이용한다.
모의주식투자를 통한 금융교육은 미국에선 이미 '고전(古典)'이다.
매년 70만명의 미국 청소년들은 '경제교육을 위한 증권업 재단(SIFEE)'이 운영하는 모의주식투자 게임에 참여한다.
팀을 이룬 학생들은 10만달러의 가짜돈을 모의투자금으로 받는다.
주식 투자를 위한 '연습용 실탄'이다.
이들이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은 뉴욕증권거래시장 나스닥 등에 상장된 실제 주식.
거래시 2%의 매매수수료를 지급하며 총 10주간 투자훈련을 한다.
이 게임에 참여한 학생들이 얻는 것은 단순한 주식투자 노하우가 아니다.
"학생들 스스로 투자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주식시장을 통해 살아있는 실물경제를 가르치는 셈이죠."(점프스타트 다라두과이 대표)
니프티 창업수업을 듣는 미국의 고3 학생들은 학기중 50달러씩을 받는다.
이 돈은 물론 학생들에게 과자나 사먹으라고 주는 '공돈'이 아니다.
창업수업의 최종단계인 '창업해 보기'를 위한 일종의 '창업 종잣돈'이다.
학교에서 50달러씩을 받은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대형할인점인 코스코를 찾는다.
판매할 물건을 도매로 떼온 후 학교나 거리에서 팔아보는 '장사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니프티의 비비안 그라시아 이사는 "경험이야 말로 가장 우수한 교재"라며 "학생들에게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창업지식을 현장에서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셈"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다양한 경제교육의 공통점은 단 한가지.
바로 '재미있다'는 것이다.
미국경제교육협의회(NCEE)의 클레어 멜리칸 부회장은 "쉽고, 재미있고, 현실적인 경제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합리적인 경제적 결정을 내릴수 있도록 돕는게 청소년 경제교육의 목표"라고 말했다.
버겐(뉴저지)=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