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디지털단지'와 '구로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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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5월.산업단지공단은 구로동에서 성대한 행사를 가졌다.
36년간 사용했던 '구로공단'이라는 이름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꾸는 선포식을 개최한 것이다.
굴뚝산업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디지털기업의 요람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에서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거창한 행사를 가졌다.
이제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출범한 지 약 3년이 지났다.
하지만 의욕적인 선포식이 무색하게도 시민들에게 이곳은 아직도 '구로공단'으로 남아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루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역은 여전히 '구로공단역'이며 버스노선도 변함없이 '구로공단행' 팻말을 달고 있다.
산업자원부에서 대중교통노선의 개명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비용문제로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라는 이름은 산단공 자체 문건이나 언론홍보자료에서만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곳을 둘러싸고 산자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는 비단 이것뿐이 아니다.
도로 확장이나 개보수 등에 대한 양쪽의 협의는 몇년째 답보상태다.
이 때문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교통체증을 바라만 보는 실정이다.
공장지대에 밀집해 있는 패션상가에 대해서도 서로 견해차가 크다.
산자부는 '불법 영업시설'로 규정하는 반면 지자체에서는 '규제를 풀고 패션타운을 활성화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이제 테헤란로를 능가하는 전국 최대의 벤처밸리로 부상하고 있다.
2년전 4백여개에 불과하던 업체수는 무려 1천5백여개 수준으로 늘어났다.
신규 벤처타운은 지금도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3년후에는 4천여업체가 이곳에 밀집할 전망이다.
적어도 규모면에서는 전국 최대의 IT산업단지로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앞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지자체를 비롯한 유관단체들의 관심과 협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3년후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여전히 구로공단의 '잔영'에서 헤어나지 못할지 국내를 대표하는 IT산업단지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고경봉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