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축소지향 동북아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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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보다 일단은 국내기업의 집적(集積)을 통해 송도를 정보기술(IT) 및 연구개발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등의 차기정부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의 윤곽이 밝혀지자 논란이 거세다.
당장 대덕연구단지가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고,금융중심지를 외쳤던 '금융중심파'들의 탄식도 들린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길래 그럴까.
차기정부는 대내적으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대외적으로 동북아경제 중심국가를 내세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동북아 경제중심이 일단 국내기업 집적으로 방향이 틀어지면 혼돈이 불가피하다.
게임의 양상은 더 이상 국제적 차원이 아닌 국내 지역간 약탈적 제로섬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0년간 기업들의 집적을 그토록 목말라했고,지금도 그런 처지인 대덕연구단지 입장에서는 이것이 특히 못마땅했을 것이다.
분권화된 지방정부끼리의 경쟁이라면 모를까 그것도 중앙정부가 나선 불리한 제로섬 게임이라면 말이다.
이런 반발을 예상했음인지 대덕연구단지는 기초ㆍ원천기술로,송도는 응용ㆍ상품화로 각각 육성될 것이라고 인수위 관계자가 말했다지만 이런 탁상공론은 세상에 다시 없을 것 같다.
일각에선 이번 동북아 구상에서 금융이 빠진 것을 아쉬워한다지만 더 아쉬워해야 할 것은 정작 따로 있지 않을까.
IT와 R&D든 금융이든간에 그것을 담을 '그릇'자체가 문제라면 말이다.
동북아 경제중심에서 '동북아'는 우리가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붙인 이름일 뿐 실은 또 하나의 '세계적 중심지'로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은 어디까지나 외국이 인정해야지 우리가 자가 발전해서 붙여도 좋을 쇼비니즘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타 지역에서 세계적 중심지로 불리는 곳치고 외국기업이 밀려들지 않고 부상한 곳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중심'은 '개방''글로벌 스탠더드'와 사실상 동의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일단 국내기업을 집적','남북경협과 연결' 등의 이번 구상은 동북아 경제중심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무슨 '동북아 지역내 사업 프로젝트'같기만 하다.
인수위가 검토한다는 국내기업 역차별 해소도 '하향 평준화'일 가능성이 높다.
외국기업이 다수라면 노동규제 완화,교육 및 의료개방 등 골치 아픈 문제가 많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리해서 이를 적용할 필요가 없을 테니 말이다.
외국기업을 통한 '상향 평준화'로 역차별 해소를 기대하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국내기업에도 세제혜택 부여는 검토한다지만 요즘 경쟁환경에서 세제혜택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외국기업들이 실리콘밸리로 가고 중국으로 가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될 일이다.
이미 다국적 기업화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도 이들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야 한다.
세계 보편기준에서 10대 국정과제의 타당성과 현실성 검토를 미국 유명연구소에 의뢰했다는 인수위다.
그런 인수위의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이 왜 이리 자신감 없는 축소지향일까.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