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비, 너 오늘자 월스트리트저널 봤니? 연말을 맞아 컴퓨터가 잘 팔린데. 우리 마이크론 주식 사자. 마이크론은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이니까 컴퓨터가 잘 팔릴수록 주가도 오를 것 아냐." 저녁 식사 후 크리스는 데비에게 전화를 건다. 마이크론 주식을 사자고 제안하기 위해서다. "크리스. 내가 알기론 마이크론은 아직도 SDR가 주력 생산품이야. 요즘 컴퓨터들은 왠만하면 DDR를 장착하지. 마이크론보다는 차라리 MS(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떨까?" 지난 10월부터 청소년 모의주식투자 게임에 참가한 크리스와 데비(볼티모어 이스턴 고등학교 2학년). 둘은 요즘 들어 틈만 나면 '주식얘기'다. 다음날 아침 학교에서 만난 크리스와 데비. 경제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땡' 하기가 무섭게 둘은 컴퓨터를 켠다. SMG 사이트(www.smgww.org)에 접속하기 위해서다. SMG(Stock Market Game)란 '경제교육을 위한 증권업 재단(SIFEE)'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모의주식투자 게임. 미국에선 매년 70만명에 이르는 청소년들이 이 게임에 참가한다. SMG는 실전 주식투자와 동일하게 운영된다. 팀을 이뤄 게임에 참여한 학생들은 우선 10만달러의 모의 투자금을 받는다. 이후 나스닥, 뉴욕증권거래소 등에 상장된 주식을 사고 판다. 거래시 적용되는 수수료는 매입가의 2%, 투자기간은 10주다. 컴퓨터 앞에서 한참을 고민한 크리스와 데비.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4만달러어치 산다. "장 마감일도 열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투자성적이 나빠 큰일이에요. 현재까지 1만6천달러를 잃었죠."(크리스) 이때 옆에 있던 데비가 한마디 거든다. "그래도 우리팀은 나은 편이에요. 이미 원금을 전부 까먹은 친구들도 있거든요. 우리팀은 그나마 손절매 원칙을 지켰기에 손실을 줄였죠." 옆에 앉아서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카브레라 교사에게 "너무 어릴 때 부터 학생들에게 돈놀이를 가르치는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를 한다는 워렌 버핏도 11살 때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며 "모의주식게임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는 것은 도박이 아니라 안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카브레라 선생님은 또 "게임에 참여한 학생들은 스스로 투자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터득해 간다"며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는 것은 살아있는 경제"라고 강조했다. 볼티모어=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