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 고교 2학년 디디 켈리는 점심시간에 인터넷을 통해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재고가 늘어난데다 금리가 올라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사흘만에 시장점유율은 5%나 낮아졌다. 사이버 임원진들은 켈리에게 생산을 줄이고 구조조정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켈리는 고심끝에 제품 공급단가를 낮추고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분기들어 주문량이 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재고를 소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켈리는 실제로 기업을 운영하는 CEO가 아니다. 'JA타이탄'이라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가상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고등학생 중에서 켈리처럼 이 게임을 통해 회사를 경영하는 예비 CEO는 3만5천여명에 이른다. 급성장하는 인터넷 경제교육 인터넷은 한국에서도 경제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온라인에 익숙한 N세대가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데다 여러가지 생산주체가 돼 다양한 경제활동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실험실로 활용된다. 경제교육에서 가장 앞서 있는 미국의 경우도 인터넷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니어 어치브먼트(JA) 데카(DECA) 등 경제교육 단체들이 앞다퉈 온라인 교육에 뛰어들고 있다. 골드만삭스 휴렛팩커드 등 대기업들도 온라인 경제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첨단'과 '교육'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미국의 인터넷 경제교육은 가상 경영이나 모의 투자 등 '시뮬레이션 게임'이 주를 이룬다.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의 학생들이 사이버상에서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거나 모의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사고 판다. 금융 관련 교육도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시뮬레이션 경영게임 미국내 최대 경제교육 단체인 JA는 타이탄(JA-TITAN)과 JA-골드만삭스 개인금융프로그램 등의 온라인 교육을 실시한다. 타이탄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 타이탄에 접속한 학생들은 한 제조업체의 CEO로 취임한다. 회사 이름을 정하고 옵션을 선택해 자신의 사업아이템을 고른다. 한두 개 업체를 상대로 하는 독과점 체제에서 수백개의 회사를 상대로 하는 완전경쟁 체제까지 시장은 다양하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은 시장 보고서와 지난해 회사 보고서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제품단가 생산량 마케팅비용 대출 등 50여가지 항목을 결정해야 한다. 참여자는 게임하는 동안 수백 가지의 경제용어와 회계보고서 그래프 등과 씨름해야 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한다. 신용도 관리 프로그램 미국의 대다수 JA-골드만삭스 개인금융프로그램은 학생들이 경제행위를 올바로 인식하고 계획적인 돈관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역시 게임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첫 단계는 자신의 신발상자 속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영수증을 분류하는 데서 출발한다. 분류를 제대로 못하면 포인트를 잃는다. 수당 보험 세금 쇼핑 의료 등 다양한 경제행위를 소비 투자 저축 위기관리 수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게임은 자신의 자산과 부채를 나누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적정 소비를 유도하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JA 교육 담당 디렉터인 존 코이씨는 "건전한 금융상태를 유지하고 미래에 닥칠 위기에 대한 관리능력을 키워 나간다는데 게임의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스쿨뱅킹 시스템 청소년 금융교육단체인 세이브포아메리카는 지역 은행과 제휴, 각 초등학교에 '스쿨뱅킹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역 초등학교는 매월 '세이빙데이'를 지정, 교실 하나를 모의은행으로 만든다. 이때 은행에서 파견나온 직원과 학부모들은 은행원 역할을 맞게 된다. 세이빙데이에 학생들은 각각 일정액을 학교에 있는 모의은행에 저축하고 세이브포아메리카는 은행과 연계, 학생들에게 '인터넷 계좌'를 열어준다. 따라서 초등학교 학생들도 인터넷 뱅킹을 이용, 자신의 잔고, 이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뱅킹을 통해 학생들은 돈이 불어나는 재미를 느끼고 이자에 대한 개념과 건전한 소비를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부작용 최소화해야 온라인 교육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 반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온라인을 통해 경제교육을 실시하는 단체들은 온라인 게임들이 흥미만을 불러 일으키고 교육효과를 얻는데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심한다. 또 자칫 온라인에서의 투자실패나 파산을 가볍게 여기거나 지나친 경쟁의식, 수익성 집착 등 게임의 특성에서 올 수 있는 역효과도 경계대상으로 지적된다. 존 코이씨는 "타이탄은 경제용어나 경제현상에 대해 용어풀이나 설명 등을 강화해 교육효과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시뮬레이션 게임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나 시장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