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1월 89세의 나이로 타계한 임응식은 '사진가는 항상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신조로 평생 카메라를 놓지 않은 사진작가였다. 끊임없는 작품 활동으로 불모지였던 한국 현대사진을 개척하면서도 사진교육에 매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3월말까지 열리는 '임응식 기증작품 특별전'은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그의 사진작품 4백10여점중 대표작 71점을 선별해 보여주는 회고전이다. 지난 91년 작가가 평생 제작한 1백5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뜻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풍경-적막',전쟁-사람들','거리-유행',문-기하무늬',오브제-구성',벽-흔적' 등 6개 주제로 나눠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사진관은 한마디로 '생활주의 리얼리즘'으로 불린다. 30∼40년대 정물과 풍경,인물을 인상파적 표현기법으로 드러내다가 한국전쟁을 계기로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집중적으로 렌즈에 담았다. 1953년 서울 명동에서 실직자를 찍은 '구직'은 당시 시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가 주창한 '생활주의 리얼리즘'은 한국 사진계에 리얼리즘의 문을 연 계기가 됐다. '기계로 찍어내는 게 무슨 예술이냐'고 사진을 천대하던 풍토에서 그는 사진단체 결성,세계사진전 유치 등을 통해 사진에 대한 사회의 통념을 무너뜨리는데 앞장섰다. 또 살롱사진에 젖어있던 사진계에 리얼리즘 사진을 통해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정범태 주명덕 등 당시 젊은 사진가들에게 한국현대사진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줬다. 60년 이후에는 옛 건축물이나 불상을 소재로 삼으면서 물질이 인간을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휴머니즘의 의미를 추구하는 작품을 남겼다. 1953년 서울대 미대 출강을 계기로 후학 양성에 나선 임씨는 89년 중앙대 사진학과 학과장으로 정년 퇴임할 때까지 대학 사진교육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30년대 대표작인 '사양'은 주택가 길위에 해가 남긴 그림자를 포착한 것으로 피크먼트인화법을 사용해 인화시 왜곡을 가하고 톤을 조절하는 방식을 처음 시도했다. 60년대 '부석사 무량수전'은 민족문화와 관련된 대표작으로 무량수전 전체를 사진으로 남겼다. 이와 함께 '명동정경'은 명동거리 풍경을 담은 것으로 작가는 "최상에서 최하까지 한국의 현실을 집약적으로 담았다"는 현장기록 사진이다. (02)2188-600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